정채봉
하늘나라에 가 계시는
엄마가
하루 휴가를 얻어 오신다면
아니 아니 아니 아니
반나절 반시간도 안 된다면
단 5분
그래, 5분만 온대도 나는
원이 없겠다
얼른 엄마 품속에 들어가
엄마와 눈맞춤을 하고
젖가슴을 만지고
그리고 한번만이라도
엄마! 하고 소리내어 불러보고
숨겨놓은 세상사 중
딱 한 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엉엉 울겠다.
두 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할머니 밑에서 자랐던 정채봉 시인. 그의 ‘엄마’는 열여덟 살에 그를 낳고 꽃다운 스무 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얼굴도 모르고 목소리도 모르고, 어렴풋한 젖냄새로만 기억나는 품. 그래서 더 사무치는 ‘엄마’. 우리가 들뜬 마음으로 휴가를 떠날 때 시인은 그리운 마음으로 엄마를 기다립니다. 그 품속에 얼른 들어가 눈맞춤하고 젖가슴을 만져보고 ‘딱 한 가지 억울했던 그 일을 일러바치고’ 두 다리 뻗고 엉엉 울고싶은. 그리고 한번만이라도 소리내어 불러보고 싶은 ‘엄마!’. 세상에서 가장 부드럽고 둥근 이 모음의 발성. 아, 평생 기다리다 만나지 못한 어머니를 면회하러 11년 전 세상을 떠난 시인이 하늘나라에서 단 하루만이라도 휴가를 나올 수 있다면….
고두현 문화부장· 시인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