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부터 시행된 정부의 약가 인하 정책으로 제약사들이 매출 하락의 늪에 빠진 가운데 중견 제약사인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의 글로벌시장 개척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이 회사가 상반기에 이어 하반기에도 10여종의 개량 신약과 제네릭 의약품(복제약)을 선보이며 유럽 등지에서 잇따라 판로를 넓히고 있기 때문이다.

강덕영 한국유나이티드제약 회장(사진)은 22일 “개량 신약인 당뇨 치료제 ‘실로스탄CR’을 비롯해 항암제 페미렉스주100㎎·500㎎, 골다공증 치료제 보나맥스플러스디, 천식 치료제 몬트레어정, 고지혈증 치료제 뉴펙스정, 소화성궤양 치료제 소프란캡슐, 전립선비대증 치료제 탐스트로 등을 순차적으로 12월까지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개량 신약은 특허 만료 의약품의 효능과 용량 등을 개량해 특허로 보호받는 약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의 개량 신약 목록에 이름을 올린 기업은 외국계 제약사를 포함해 현재까지 15개사에 불과하다. 그만큼 기존 신약을 새롭게 개량하기가 쉽지 않다. 강 회장은 “개량 신약은 약효와 안전성, 시장성이 확보된 기존 신약을 개선한 것이기 때문에 시장 진입이 비교적 쉬운 것이 장점”이라며 “이 같은 장점을 살리고 특허권을 활용하면 미국 유럽 등 글로벌시장 진출이 한결 탄력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회사는 지난달 폴란드 세팜(CeFarm)사에 젬타빈주 등 항암제 10여종(370만달러어치)을 수출키로 계약을 맺었다. 동유럽에 전문 치료제인 항암제를 수출하는 건 이례적이다. 해외실적이 오르면서 국내외 평가도 긍정적이다. 미 포브스지(誌)가 선정하는 ‘아시아 200대 유망 중소기업’에 2년 연속 포함됐고, 보건복지부도 지난 18일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을 ‘혁신형 제약기업’으로 선정했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미국 이집트 필리핀 베트남 등 4개국에 생산 및 판매법인을 보유 중이며, 전 세계 46개국에 완제품 의약품을 수출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해 매출 1454억원, 영업이익 240억원으로 1987년 창립 이래 최대 실적을 올렸다. 매출은 전년 대비 4.5%(63억원), 영업이익은 26%(50억원) 각각 늘어났다. 올 상반기 매출의 경우 70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4%(17억원) 줄었지만 약가 인하를 감안할 때 ‘크게 선방했다’는 평가다.

특히 지난해 매출 규모는 업계 20위권이지만, 연구·개발(R&D)비(185억원)는 업계 9위를 기록했다. 매출 대비 R&D비 비율(12.7%)로 따지면 LG생명과학, 한미약품에 이어 업계 3위다.

강 회장은 “약가 인하로 국내 제약사들이 침체기를 겪고 있지만 글로벌 수준의 R&D, 마케팅 능력을 갖춘다면 충분히 해외시장에서도 판로를 넓힐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매출 가운데 수출 비중은 13%인데 2015년까지 20%까지 늘리겠다”고 덧붙였다.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