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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흔한 사랑도 영화처럼…그들에 의해 세상은 더 로맨틱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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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토리&스토리] 세기의 라이벌 (45) 우디 앨런 - 노라 에프런

    로맨틱 코미디 창시자 앨런
    코미디언으로 활동, '애니홀' 통해 새 장르개척…아카데미 작품상 3회 수상

    대중화 이끈 에프런
    뉴욕포스트 기자 출신, 육아 병행 위해 영화로 전업…백혈병으로 지난달 타계
    흔한 사랑도 영화처럼…그들에 의해 세상은 더 로맨틱해졌다
    연인이 만나 하는 얘기를 영어로 ‘sweet nothing’이라고 한다. 달콤하지만 새겨들을 만한 얘기라고는 전혀 없는 ‘밀어(蜜語)’일 뿐이라는 비아냥거림이 깔려 있는 표현이다. 실제로 연인끼리 이뤄지는 대화의 90% 이상이 ‘아무런 의미가 없는 얘기’라는 분석도 있다.

    이런 연인 간 대화를 ‘영화의 한 장르’로 끌어올린 사람들이 있다. ‘로맨틱 코미디’를 만든 미국의 우디 앨런과 노라 에프런이 대표적이다. 얼굴은 예쁘지만 천방지축인 여성과 고집스럽고 까칠한 남성이 엮어가는 스토리는 지금은 흔해 빠진 사랑 이야기다. 하지만 35년 전 세상에 처음 나왔을 때 영화계는 큰 충격을 받았다. ‘애니홀’ ‘맨해튼’ ‘한나와 그 자매들’은 앨런의 작품이고,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유브 갓 메일’은 에프런의 영화다.

    ◆로맨틱 코미디 창시자 우디 앨런

    앨런은 1935년 뉴욕 브루클린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보석세공사이자 웨이터였고 어머니는 식료품가게 직원이었다. 뉴욕의 중하류층 유대인이던 앨런의 부모는 다툼이 잦았다. 그는 어머니와 사이가 좋지 않았다.

    앨런은 어렸을 때부터 글을 쓰는 데 남다른 재주가 있었다. 농담을 잘했던 그는 신문에 유머를 기고하는 에이전트에서 일하며 유머 한 편당 10센트에 팔았다. 이 일로 17살 때 부모보다 더 많은 돈을 벌었다.

    방송 대본도 쓰고 스탠드업 코미디언으로도 활동했던 그가 영화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한 것은 1965년. 앨런은 “내 관심사는 오로지 사람들을 웃기는 것뿐”이라며 시나리오에서부터 출연, 감독, 기획을 모두 맡았다.

    그의 초기 작품은 배우가 과장된 몸짓으로 연기하는 ‘슬랩스틱 코미디’가 주종이었다. 최초의 로맨틱 코미디 작품으로 꼽히는 ‘애니홀’(1977년 개봉)의 작품 구상도 처음에는 로맨틱한 스토리와 거리가 멀었다. 살인 사건 미스터리를 만들겠다는 것이 앨런의 생각이었다. 영화 제목도 ‘쾌락불감증’으로 정해 놓았다.

    하지만 제작이 끝난 뒤 필름을 다시 들여다보면서 생각이 바뀌었다. 여주인공 다이앤 키톤이 너무나 매력적이어서 그녀를 부각시켜야겠다고 결정했다. 그녀를 중심에 세우다보니 사랑 이야기에 점점 초점을 맞추게 됐다. 앨런은 이 영화를 완전히 재편집했다. 제목도 여주인공의 이름을 딴 ‘애니홀’로 바꿨다.

    남녀 사이에서 일어나는 관계를 재미있게 표현하고 심리를 잘 묘사한 이 작품은 할리우드에서 히트를 쳤다. 연이어 나온 ‘맨해튼’과 ‘한나와 그 자매들’도 성공하면서 로맨틱 코미디가 하나의 영화 장르로 자리잡았다.

    ◆대중화 주도한 노라 에프런

    1941년 뉴욕 맨해튼에서 태어난 에프런의 어머니 피비와 아버지 헨리는 모두 시나리오 작가였다. 그들은 자녀가 어렸을 때부터 작가 교육을 했다. 슬프고 힘든 일을 겪을 때도 “언젠가 이 일이 재미있는 이야기 소재가 될 수 있어”라고 가르쳤다. 에프런을 포함한 네 명의 딸들은 모두 글을 쓰는 일을 직업으로 삼았다.

    고등학생 때 에프런의 꿈은 기자였다. 영화 ‘슈퍼맨’에서 기자로 나오는 여주인공의 영향을 받았다. 기자가 되면 다양한 남자들, 특히 남자 기자들과 연애하기 좋을거라 고 생각했다.

    그는 뉴욕포스트, 뉴욕매거진, 에스콰이어 등에서 기자와 편집장을 지냈다. 영화에 처음 발을 들여 놓은 것은 1983년 ‘실크우드’ 시나리오를 통해서였다. 이 작품은 오클라호마에 있는 플루토늄 공장에서 일한 캐런 실크우드가 공장의 방사능 피해 사실을 폭로하려고 뉴욕타임스 기자를 만나러 가던 길에 의문의 사고로 숨진다는 실화를 바탕에 둔 영화다.

    하지만 에프런은 이 영화를 만들면서 저널리즘에 회의를 품게 됐다. 저널리즘의 가치와 진실의 존재를 믿었던 그는 영화적 관점에서 사건을 바라볼 때 뉴스와는 다른 이야기가 다양하게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실크우드를 계기로 그녀는 영화 시나리오 제작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이혼 후 혼자 아이를 키우는 그에게는 재택근무가 가능한 시나리오 작가가 기자보다 더 낫다는 현실적인 이유도 작용했다.

    에프런은 시나리오를 쓰면서 사랑에 빠진 남녀의 섬세한 심리를 묘사하는 데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었다. 그의 히트작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는 사랑과 결혼을 미화하지 않으면서도 사람들의 공감대를 이끌어내는 대사로 큰 인기를 모았다. 사랑하는 사람의 모자라보이는 단점들까지도 섬세하게 표현한 주인공들의 대화는 여성 관객들을 매료시켰다. 그가 대본을 쓰고 직접 감독한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 ‘유브 갓 메일’도 연속으로 성공을 거뒀다.

    ◆오스카는 앨런을, 대중은 에프런을

    앨런은 오스카상이라 불리는 미국 아카데미상에서 ‘작품상’을 세 번 받았다. ‘최고 감독상’도 받았다. 작가로 15번, 감독으로 7번, 배우로 1번 등 23번이나 아카데미상 노미네이트 명단에 올랐다. 스티븐 스필버그가 “영화계에는 우디 앨런과 나머지가 있을 뿐”이라고 극찬했을 정도로 앨런은 할리우드 영화계에 한 획을 그은 인물로 평가받는다.

    앨런의 작품은 부드러움 속에 감춰진 남자의 본능을 자극하는 마초영화라는 평가도 있다. 그의 작품에는 중장년 남성들의 꿈과 판타지가 있다는 얘기다.

    에프런은 세 번 노미네이트 됐을 뿐 한 번도 오스카상을 받지 못했다. 앨런의 작품을 교묘하게 베낀 영화라는 악평도 끊이지 않았다. ‘여자 우디 앨런’이라는 별명까지 따라다녔다.

    하지만 대중은 열광했다. 에프런의 대표작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는 미국 내에서만 9000만달러의 영화 흥행실적을 거뒀다. ‘유브 갓 메일’은 1억1500만달러, ‘시애틀의 잠 못 이루는 밤’은 1억3000만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앨런의 흥행작 ‘애니홀’(4000만달러)이나 ‘미드나잇 인 파리’(5000만달러)에 비해 훨씬 많은 인기를 끌었다.

    에프런은 자신의 작품에 출연한 적이 없다. 하지만 앨런의 영화에는 두 번이나 출연했다. 그들은 라이벌이면서 동시에 친구이기도 했다.

    ◆영화 같은 연애사

    사랑을 많이 해본 사람만이 사랑 이야기를 제대로 할 수 있다는 얘기는 앨런과 애프런 두 사람에게 꼭 들어맞는다. 이들의 작품에는 자신들의 경험이 곳곳에 배어 있다.

    에프런은 결혼을 세 번 했다. 첫 번째 남편은 작가 댄 그린버그다. 두 번째 남편은 워터게이트 사건으로 유명한 워싱턴포스트의 기자 칼 번스타인이다.

    에프런은 둘째를 임신했을 때 번스타인이 자신의 친구와 부적절한 관계를 가졌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는 이혼 후 이 불륜 사실을 담은 소설 ‘제2의 연인’을 1983년에 발표했다. 3년 후에는 영화로도 만들었다. 번스타인은 그를 고소하겠다고 위협했지만 실제로 하지 않았다.

    세 번째 남편은 시나리오 작가 니컬러스다. 우연인지 필연인지, 세 명의 남자 모두 글을 쓰는 직업을 가졌다. 에프런은 68세의 나이인 올해 6월 백혈병으로 생을 마감했다.

    앨런은 16살 연상의 여인과 19살 때 첫 번째 결혼을 했다. 하지만 그의 첫 결혼 생활은 5년 만에 끝났다. 두 번째 결혼도 3년 만에 파경을 맞았다. 이후 20년 동안 결혼하지 않았다. 대신 자신의 영화에 출연한 많은 여배우와 로맨스를 만들었다. ‘맨해튼’에 출연한 스테이시 넬킨은 앨런과의 스캔들 소문이 자자했다. 당시 넬킨의 나이는 17세였다.

    ‘입양딸’인 순이 프레빈과의 결혼은 세계적인 뉴스였다. 앨런은 여배우 미아 패로와 1982년부터 1992년까지 결혼이나 동거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 만남을 이어갔다. 순이 프레빈은 패로가 입양한 한국계 딸이다. 어느 날 패로는 앨런이 자신의 딸 프레빈의 누드사진을 갖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이 사진 한 장으로 이들의 관계는 파탄이 났다.

    패로와 결별한 앨런은 프레빈과 결혼했다. 1991년 이들의 관계가 시작됐을 때 앨런은 56세, 프레빈은 21세였다. 앨런은 당당했다. “나는 이 소녀와 사랑에 빠졌고, 우리는 15년째 결혼생활을 유지하고 있다. 굳이 우리 사랑을 스캔들로 표현한다면 나는 내 인생에 정말로 달콤한 스캔들 하나 있었다고 내 마지막 순간에 당당히 말할 수 있다.”

    앨런은 77세의 나이에도 왕성한 작품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그의 신작 ‘미드나잇 인 파리’는 지난 5일 한국에서 개봉했다. ‘투 로마 위드 러브’도 올해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박해리 기자 sun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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