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모주(株)들의 흥행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들어 공모주 기근이 이어지며 청약에 나서기만 하면 흥행몰이를 했던 것과 달리 최근 일반 청약을 진행한 회사들 중에서는 청약 미달 사태가 발생하거나 경쟁률이 눈에 띄게 낮아지고 있다.

기업공개(IPO) 시장이 얼어붙은 상황에서 성장성에 비해 상대적으로 비싼 가격을 제시한 기업들까지 공모에 나서면서 IPO 시장 침체를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 AJ렌터카, 공모주 77% 미달

2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AJ렌터카는 지난 18~19일 진행된 일반공모 청약 결과 145만8590주 모집에 33만4850주가 신청된 것으로 밝혀졌다. 일반 청약 경쟁률은 0.23 대 1, 청약증거금은 11억7197만원이 들어오는데 그쳤다.

AJ렌터카의 청약 증거금이 청약 금액의 절반에 불과해 주관 증권사들이 실권주를 떠안게 됐다. 상장 주관사인 한국투자증권과 신영증권 및 하나대투증권은 각각 112만3740주, 78억6600만원 규모의 실권주를 받아가야 한다. 인수 비율은 한투가 60%, 신영과 하나대투가 각각 25%, 15%다.

공모주 청약 미달은 지난해 6월 쓰리피시스템 이후 13개월만에 처음으로, 청약 미달 사태와 더불어 AJ렌터카의 청약 경쟁률도 올해 들어 가장 저조했다.

올해 외국 기업 상장 1호였던 SBI모기지의 청약 경쟁률은 1.8 대 1이었고, 殮� 진행된 엠씨넥스는 1.7 대 1을 기록한 바 있다. AJ렌터카와 같은 기간 청약을 진행했던 플랜트 설비 제조업체인 우양에이치씨의 공모주 청약경쟁률도 5.64 대 1로 한 자릿수에 그쳤다.

◆ "성장성에 비해 비싸…7월 들어 흥행 참패 기업 잇따라"

부진한 청약의 원인은 일단 산정된 공모가 밴드에서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다. AJ렌터카의 경우 렌터카 업체 중에서 최초 상장이라 미국 렌터카업체와 렌탈업체인 웅진코웨이, 여행업체인 레드캡투어를 대상으로 공모가 밴드를 산정했다.

적용 주가수익비율(PER)은 10.46배로 공모가 밴드는 8000~9000원으로 산출됐다. 하지만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적정한 밸류에이션(가치 대비 평가)을 산정하기 위한 대상군과의 괴리와 회사의 성장성에 비해 고평가됐다는 분석을 내놨다. 결국 AJ렌터카의 최종 공모가는 밴드를 밑도는 7000원으로 결정됐다.

성장성에 비해 주가 수준이 비싸다는 우려는 해당 회사의 직원들 사이에서도 드러났다. AJ렌터카의 우리사주조합 청약 결과 111만주가 배정됐던 우리사주 청약 신청은 68%에 그쳐 34만8590주의 실권이 났기 때문이다.
한 증권사 스몰캡 담당 애널리스트는 "올 상반기 동안 IPO 시장에 조심스럽게 접근했던 회사들의 경우 공모가를 크게 낮춰 투자 매력을 높였고, 상장 이후에도 전반적으로 주가 흐름이 양호했다"면서도 "최근에 공모시장에 나온 회사들은 성장성에 비해 가격 부담이 느껴져 매력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 "공모주 펀드 설정될 때 청약한 기업들은 수혜 입어"

이 같은 흥행실패는 비싼 공모가를 지적하는 목소리와 함께 기관이 공모주 펀드 등의 포트폴리오 편입에서 옥석가리기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왔다.

특히 이달 중순 이후 공모를 진행한 기업을 바라보는 기관의 눈높이가 더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달초 청약을 진행했던 디지탈옵틱은 596.87대 1, 네이블은 241.42대 1을 기록한 바 있다. 하지만 최근에 진행된 엠씨넥스(1.7대 1), 우양에이치씨(5.64대 1), AJ렌터카(0.23대 1)의 경우에는 흥행에 참패했다.

올해 들어서 최초로 설정된 공모주 펀드는 지난달과 이달초 집중됐다. 공모주 펀드가 설정될 시기와 맞물려 일반 청약을 진행한 기업들의 일반 청약 경쟁률은 유달리 높았다. 기관 수요 예측 등에서 이미 흥행을 거둔 상황에서 청약으로 그 기세가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지난달말 청약을 진행했던 피엔티의 경우에는 최종 청약 경쟁률이 1116.89대 1로 청약증거금만 1조5315억원이 몰렸으며, 같은달 19일과 20일 일반청약을 진행했던 사조그룹 계열의 사조씨푸드도 공모 청약 결과 최종 경쟁률 218.3대 1을 기록해 청약 증거금이 1조3944억원을 기록한 바 있다.

지난달 11일과 18일에는 트러스톤공모주알파증권투자신탁(11억1000만원)과 흥국멀티플레이50증권투자신탁(1억원)의 공모주 펀드가 각각 설정됐다. 이달 5일에는 GB100년공모주1호증권투자신탁(19억5900만원)이 설정됐다.

증권사 한 애널리스트는 "이달 중순 이후 공모주가 부진한 배경에는 공모주 펀드 설정이 집중된 시기에 상대적으로 밸류에이션이 양호한 기업들의 IPO가 집중된 점도 최근 청약을 진행한 회사들에게는 독이 됐다"면서 "공모주 펀드 설정일 초기에는 포트폴리오 편입을 위해 집중적으로 기관이 물량을 담으면서 호전된 분위기를 보이지만 어느 정도 포트를 채운 현재는 투자를 결정하기에 앞서 좀 더 신중한 태도를 취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올해 들어 IPO를 진행한 기업은 7월에 집중되고 있다. 1분기에 6건, 2분기에는 3건이 진행됐으나 7월에는 5건이 집중됐다.

한경닷컴 최성남 기자 sul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