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라인·SF라인…공장 라인 작명의 비밀
‘V라인과 S라인에 SF라인까지.’

기업들은 자칫 딱딱하게 느껴지기 쉬운 생산라인에 이름을 붙일 때도 나름대로 의미를 담아 짓는다. 무작정 작업장의 이니셜을 따지 않고, 부드러운 어감이나 좋은 이미지가 연상되도록 공장 이름을 작명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삼성 계열사에는 아름다운 여성의 외모를 떠올리게 하는 라인명들이 많다. 삼성디스플레이는 TV용 패널을 만드는 공장을 ‘T라인’이라 하지 않고 ‘V라인’으로 정했다. 삼성전자는 시스템반도체 전용 라인을 ‘S라인’으로 부르고 있다.

공장이 있는 지역명과 제품명을 혼합해 만들기도 한다. SKC는 경기도 수원시의 필름(film) 공장을 ‘SF라인’으로 표기하고, 충북 진천의 필름공장은 ‘JF라인’으로 부른다. SKC의 진천 태양광용필름 공장명인 ‘JV’는 변형을 준 케이스다. 통상적인 작명법이라면 진천과 태양광을 뜻하는 ‘solar’를 합해 ‘JS’로 해야 하는데, ‘S’ 대신 태양광에서 성공하자는 취지로 승리(victory)의 ‘V’를 넣었다고 한다.

대우조선해양은 바다 위에 떠 있는 플로팅 도크를 ‘F도크’가 아니라 ‘R도크’로 부르고 있다. 고급스러운 느낌이 나도록 대우그룹에서 브랜드명으로 많이 사용한 로얄(royal)에서 첫 자를 따왔다.

라인명의 숫자에도 의미가 있다. 삼성전자는 생산 제품별 라인을 짝수와 홀수로 구분했다. 라인 건설 초기에 메모리반도체 중 낸드플래시는 짝수로, D램은 홀수로 표기했다. 가령 12라인은 낸드, 13라인은 D램 생산라인이었다. 삼성 관계자는 “하지만 요즘은 라인 전환과 낸드 D램 혼합생산이 많아 홀짝법칙이 꼭 통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숫자 대신 영문 순서대로 형님 아우를 구분하는 경우도 있다. 고무(rubber)를 만드는 금호석유화학은 가장 먼저 만든 여수공장 이름을 R라인으로 정한 뒤부터는 알파벳 순서에 따라 라인명을 지었다. R라인 이후에는 S라인, T라인, U라인, V라인 식이다.

‘포스코 1후판공장’처럼 들으면 바로 어떤 작업장인지 알 수 있는 이름도 많지만, 어감보다 뜻을 중시하다 보니 난해한 이름도 적지 않다. 현대하이스코의 강판 도장공정 CCL라인은 ‘color coating line’의 영문 이니셜이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