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삼성SDI 등 국내 2차전지 제조업체들은 전자기기용 소형 배터리, 전기자동차용 중·대형 배터리 개발 과정에서 쌓은 기술 노하우를 바탕으로 일찌감치 전력저장 시스템(ESS) 시장에 뛰어들었다. ESS가 전기차에 이은 대규모 2차전지 수요처로 급팽창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현재 세계 1, 2위를 다투는 시장 영향력을 토대로 중국 일본 등 경쟁국을 제치고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이다.

국내 업체 중에서는 LG화학이 한발 앞서고 있다. LG화학은 LG전자 GS칼텍스 한국전력 등과 함께 현재 제주도에서 진행 중인 민·관 합동 스마트그리드 실증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이를 통해 △태양광 발전설비 활용 전력저장 시스템 △전기차 충전 등 교통 인프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 시스템 등에 활용되는 ESS 배터리 설비를 구축하고 실증 및 고도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해외 시장에서는 더욱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LG화학은 지난해 세계 최대 전력회사인 ABB와 메가와트(MW)급 ESS 배터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2010년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최대 전력사인 SCE에 가정용 ESS 배터리를 납품했다. 올해 말까지 ESS 배터리 공급 및 실증을 진행한 뒤 내년부터는 대량 공급 및 양산을 추진할 계획이다.

글로벌 전력업체들과의 협력을 통해 경쟁력 강화도 꾀하고 있다. 지난해 말 ESS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인산철 양극재를 생산하는 독일 업체 수드케미와 양해각서(MOU)를 맺고 리튬인산철 양극재를 생산하는 합작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독일 태양광업체 IBC솔라와 태양광 발전용 ESS 사업 협력 MOU를 체결했다. 향후 성장성이 큰 신재생에너지용 ESS 시장을 노린 결정이다. LG화학 관계자는 “ESS 선진 시장인 미국뿐 아니라 유럽시장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게 됐다”며 “전력 분야 글로벌 기업들과 시너지를 내 미래 ESS 시장을 이끌 강력한 생태계를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SS 배터리 기술은 경쟁사를 압도한다는 게 LG화학 측의 설명이다. 특허청에 따르면 2001~2010년까지 출원된 ESS 관련 특허 건수는 총 944건이다. 이 중 ESS용 리튬 배터리와 관련해 LG화학이 출원한 특허 건수가 전체의 41%를 차지하고 있다. 이 회사의 ESS용 배터리관리시스템(BMS) 출원건수도 전체 중 34%에 달한다. LG화학은 ESS에 최적화한 고안전·장수명 배터리 개발 등을 위해 연구·개발(R&D)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겠다는 방침이다.

회사 관계자는 “세계 시장 규모가 2030년에는 120조원까지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올 만큼 ESS 시장 전망이 밝다”며 “전기차용 배터리뿐만 아니라 ESS 배터리 분야에서도 글로벌 시장을 선도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