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업 CEO는 '특허 욕심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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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의 아이디어가 회사 이미지를 결정
스티브잡스 300건 보유…사후에도 19건 추가 등록
스티브잡스 300건 보유…사후에도 19건 추가 등록
애플의 스티브 잡스는 생전 300개의 특허를 갖고 있었다. 아이팟터치 디자인, 아이폰 포장상자 등이 그의 특허에서 나왔다. 사후에도 19개의 특허가 잡스의 이름으로 등록됐다. 특허는 잡스가 갖고 있는 창의성을 더욱 빛나게 만들어줬다.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최고경영자(CEO)는 잡스뿐 아니다.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17일(현지시간) 아마존닷컴의 제프 베조스,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 등 글로벌 정보기술(IT) 기업 CEO들이 회사 제품 등과 관련된 중요한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특허청 자료에 따르면 베조스 CEO가 갖고 있는 특허는 60개에 달한다. 잡스의 뒤를 이을 가장 창의적 CEO 후보 1순위로 꼽힐 만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인 빌 게이츠는 30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고, 구글의 래리 페이지와 페이스북의 저커버그는 각각 6개와 9개의 특허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라클 CEO 래리 앨리슨도 4건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
포브스는 “이들은 창업 초기 특허를 많이 출원했다”며 “이는 창업 초기 경쟁사와 차별화된 제품을 만드는 아이디어가 주로 CEO에게서 나온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기술자 아닌 CEO가 갖고 있는 특허가 회사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잡스와 애플이 대표적이다. 잡스가 갖고 있는 특허 중 96건은 애플 아이팟의 디자인과 관련된 특허다. 뉴욕타임스는 “잡스의 특허는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가 아닌 디자인에 집중돼 있다”고 설명했다. 디자인에 대한 잡스의 집착은 애플을 디자인이 강한 회사로 만드는 데 결정적 기여를 했다는 것이다.
제품이나 서비스의 단점을 개선하는 과정에서 나온 특허도 있다. 동영상 실시간재생서비스(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의 CEO 리드 헤이스팅스는 처음에 DVD대여 사업부터 시작했다. 사업 초기 기존 DVD 대여 및 반납 과정의 문제점을 발견했다. 우편을 통해 DVD가 오가면서 파손될 수 있다는 것. 헤이스팅스 CEO는 충격을 줄일 수 있는 봉투를 개발했다. DVD 파손율은 절반 이하로 줄었다. 이 봉투 특허는 헤이스팅스가 낸 것이다. 포브스는 “DVD 봉투처럼 사소한 아이디어가 사업에 큰 도움을 주는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CEO가 직접 특허 취득을 위해 기술을 개발하면 시장의 트렌드를 읽을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특히 CEO 중 다수가 과학자 출신인 제약이나 바이오기업은 이런 이점을 더 많이 누릴 수 있다는 것이 포브스의 분석이다. IT 기업 CEO들도 마찬가지다. 70여개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플래시메모리 제조업체 샌디스크의 CEO 샌제이 메로타는 “특허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시장의 요구를 파악하고 어떻게 공략할지에 고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기훈 기자 shagg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