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나무만 심은 사람이 있다. 우리나라 ‘조림왕 1호’로 불리는 고(故) 임종국 씨다. 그는 전라남도 장성군 축령산 569㏊ 임야에 편백나무 253만여 그루를 심었고, 1500만 주의 묘목을 길러 보급했다. 일제의 목재 수탈과 6·25전쟁으로 황폐화된 우리나라 산림을 성공적으로 복구하는 데 큰 업적을 남겼다.

그를 기념하고, 산림의 중요성을 일깨워주는 소설이 나왔다. 산림공무원 출신의 작가 이용직 씨가 고 임종국 씨의 생애를 그린 《편백 숲에 부는 바람》(들메나무)다.

주인공 상국은 태풍으로 발생한 산사태로 어머니를 잃고, 그 상처를 잊기 위해 조림사업에 뛰어든다. 그러나 그의 사업은 산불로 인해 좌절로 끝나고 아버지까지 병으로 세상을 뜬다. 조림 기술을 배우러 일본으로 건너갔던 그는 귀국 후 편백과 삼나무 조림 사업에 성공한다. 소설은 상국의 질병과 사망, 자식의 사업 실패로 인한 산의 매각까지 험난한 여정을 다룬다.

이씨는 나무의 특성과 조림에 대한 전문적 식견으로 산림 보호의 중요성을 인상 깊게 전달한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려면 나무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또 국립산림과학원, 산림청, 무주국유림관리소 등에서 자료를 수집하고 조언을 들어 작품의 깊이를 더했다.

이씨는 “산은 사람들의 몸과 영혼을 치유하지만 인간이 홀대하면 무섭게 앙갚음하는 대자연”이라며 “나무 심는 것은 꿈과 희망, 나아가 인류의 미래를 심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