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중일 '15억 모바일 메신저' 삼국지] <1>한국발 모바일 메신저, '아시아 IT 시대'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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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분야에서 우리나라의 삼성전자 등 하드웨어 업체들은 일찌감치 내수산업을 벗어나 글로벌시장에서 혁혁한 성과를 내고 있다. 하지만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해외 진출 과정에서 수차례 좌절을 맛봤다. 포털업체들은 2000년대 초반 일본과 중국의 문을 두드렸으나 오래 가지 않아 철수했다.
최근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을 시작으로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다시 해외시장 공략에 나섰다. 원동력은 무료 모바일 메신저다. 모바일 메신저가 일본과 중국에서 인기를 끌며 '아시아 IT 시대'의 문을 활짝 열고 있다. 한중일의 모바일 국경을 무너뜨리고 있다. 한경닷컴 기자들은 지난 일주일간 일본과 중국을 찾아 모바일 메신저의 열풍과 저력(底力)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기획시리즈 1회 한국발 모바일 메신저, '아시아 IT시대' 연다
2회 15억 전쟁터에 뛰어든 한국 소프트웨어
3회 '네 라인을 아느냐' 우리가 몰랐던 라인의 일본 점령기
4회 라인 vs 카톡, 2라운드 무대는 '일본'
5회 日 모바일 메신저 시장을 손에 쥔 두 남자
6회 한국 업체, 만리장성 넘어야 산다
7회 한중일 모바일 통일, "연합전선 필요하다" 일본의 국립 명문대인 히토츠바시대의 오오타이 쇼헤이 군(21ㆍ경영)은 최근 친구들과 연락하는 일이 잦아졌다. 모바일 메신저 '라인' 을 통해서다. 그는 지난해 말 친구의 소개로 라인을 접한 이후 30분에 한 번씩 대화창을 들여다본다. 경영학과에 입학한 뒤 반이 정해지자 라인에는 반 친구들 10여 명이 모인 그룹 채팅방이 만들어졌다.
반 모임과 정보 공유 등이 라인을 통해 이뤄졌다. 지난 15일 히토츠바시대학에서 만난 쇼헤이 군은 "주변에서 라인을 모르는 친구들이 없을 정도" 라며 "라인을 사용하지 않으면 친구들 사이에서 소외되는 것 같아 쓰지 않을 수 없다"고 털어놨다.
같은 시간 베이징대 인근 우다커우(五道口) 지역에서 퓨전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지앙신디 씨(38)는 카카오톡으로 고객 관리를 하고 있다. 그는 베이징대 한국 유학생들에게 카카오톡으로 안부를 물으며 친분을 쌓는다. 지난달에는 카카오톡을 통해 한국 친구들에게 라면 물 맞추는 법, 스프 조절법 등을 배워 라면을 신메뉴로 내놓기도 했다.
지앙신디 씨는 "카카오톡, 라인 등 한국 모바일 메신저 이용자가 급증하고 있다" 며 "한 유학생에게 카카오톡 사용법을 배운 뒤 이를 통해 가게를 홍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과 일본에서 '한국발' 모바일 메신저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에선 2년 전 출시된 '카카오톡'이 일찌감치 국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NHN의 '라인'과 다음의 '마이피플' 등이 가세해 2, 3위를 다투고 있을 만큼 한국 내 모바일 메신저 시장은 급격히 커지고 있다. 한국의 모바일 메신저가 일본과 중국으로 건너가 아시아 시장에서 열풍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모바일 메신저의 인기는 일본 사회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도쿄 신주쿠(新宿)의 대형서점 기노쿠니야에는 최근 '라인 사용 설명서'가 등장했다. 인프레스재팬 출판사에서 내놓은 이 책은 '4000만 명이 몰두하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을 내세웠다.
모바일 메신저 캐릭터가 액세서리로도 나왔다. 라인을 개발한 NHN재팬은 올 3월 '라인 캐릭터' 인형을 300개 한정 판매했다. 가장 인기가 많은 곰 캐릭터 인형은 15분 만에 모두 팔렸다.
중국에서는 한국 유학생과 사업자를 중심으로 모바일 메신저가 확산되고 있다. 최주연 씨(베이징대 3년)는 "한국인 친구가 많거나 한국 업체와 일하는 중국인을 중심으로 라인이나 카카오톡 등 한국산 모바일 메신저 사용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며 "내 카카오톡 친구의 절반이 중국인"이라고 밝혔다.
'한국발' 모바일 메신저는 중국과 일본의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바꾸고 있다.
일본인들은 좀처럼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런 일본사회에서 모바일 메신저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수다쟁이'들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한 사람이 일주일에 전화통화를 하는 횟수가 5, 6회에 불과하다는 통계가 있을 만큼 일본은 휴대전화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에 서툴렀다. 하지만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실시간 대화'를 하며 다양한 감정을 교류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한국처럼 휴대전화로 문자 메시지(SMS)를 주고받는 문화가 없다. 대신 휴대전화 인터넷을 이용해 이메일을 보내 일정 등의 간략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일본인들에게는 '문자 메시지'가 '휴대전화 이메일'인 셈이다. 때문에 일본인들은 휴대전화 번호와 함께 메일을 보낼 '휴대전화 전용 이메일 주소'를 교환한다.
일본 히토츠바시대에 다니고 있는 한국인 유학생 양승윤 군(20)은 "최근 모바일 메신저로 대화 패턴이 바뀌고 있다" 며 "젊은 층을 중심으로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소소한 이야기를 자주 주고받는 문화가 형성되면서 메일 사용 비중이 현저히 줄었다"고 말했다.
중국의 젊은이들은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기존의 폐쇄적인 소통 문화를 깨고 있다. 중국 정부는 포털사이트에서의 일부 단어 검색을 차단했다. 또 국가의 안보와 불법정보 유출 등의 문제를 제기하며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접속을 차단했다. 이에 따라 자유로운 소통을 원하는 중국인들이 모바일 메신저로 몰려들고 있는 것.
강만석 콘텐츠진흥원 중국지사 소장은 "중국의 전통매체에서 보이는 폐쇄성이 모바일 메신저에서는 상대적으로 약하게 나타나고 있다" 며 "이를 통해 중국 정부를 비판하거나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언론 보도를 비난하는 등 자신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발' 모바일 메신저 시장의 중ㆍ일 시장 진출은 크게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첫째는 소프트웨어 분야의 내수산업 탈출이다. 두번째는 한국 모바일 메신저가 한중일 모바일 삼국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 진출할 예정인 야후 관계자는 "모바일 메신저는 한국 소프트웨어가 '내수 업종'이란 기존 인식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됐다" 며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주도하던 미국·유럽 시장의 시대가 저물고 '모바일 아시아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경닷컴 이지현(도쿄)ㆍ강지연(베이징) 기자 edith@hankyung.com
최근 국내 최대 포털 네이버를 운영하는 NHN을 시작으로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다시 해외시장 공략에 나섰다. 원동력은 무료 모바일 메신저다. 모바일 메신저가 일본과 중국에서 인기를 끌며 '아시아 IT 시대'의 문을 활짝 열고 있다. 한중일의 모바일 국경을 무너뜨리고 있다. 한경닷컴 기자들은 지난 일주일간 일본과 중국을 찾아 모바일 메신저의 열풍과 저력(底力)을 살펴봤다. [편집자 주]
기획시리즈 1회 한국발 모바일 메신저, '아시아 IT시대' 연다
2회 15억 전쟁터에 뛰어든 한국 소프트웨어
3회 '네 라인을 아느냐' 우리가 몰랐던 라인의 일본 점령기
4회 라인 vs 카톡, 2라운드 무대는 '일본'
5회 日 모바일 메신저 시장을 손에 쥔 두 남자
6회 한국 업체, 만리장성 넘어야 산다
7회 한중일 모바일 통일, "연합전선 필요하다" 일본의 국립 명문대인 히토츠바시대의 오오타이 쇼헤이 군(21ㆍ경영)은 최근 친구들과 연락하는 일이 잦아졌다. 모바일 메신저 '라인' 을 통해서다. 그는 지난해 말 친구의 소개로 라인을 접한 이후 30분에 한 번씩 대화창을 들여다본다. 경영학과에 입학한 뒤 반이 정해지자 라인에는 반 친구들 10여 명이 모인 그룹 채팅방이 만들어졌다.
반 모임과 정보 공유 등이 라인을 통해 이뤄졌다. 지난 15일 히토츠바시대학에서 만난 쇼헤이 군은 "주변에서 라인을 모르는 친구들이 없을 정도" 라며 "라인을 사용하지 않으면 친구들 사이에서 소외되는 것 같아 쓰지 않을 수 없다"고 털어놨다.
같은 시간 베이징대 인근 우다커우(五道口) 지역에서 퓨전음식점을 운영하고 있는 지앙신디 씨(38)는 카카오톡으로 고객 관리를 하고 있다. 그는 베이징대 한국 유학생들에게 카카오톡으로 안부를 물으며 친분을 쌓는다. 지난달에는 카카오톡을 통해 한국 친구들에게 라면 물 맞추는 법, 스프 조절법 등을 배워 라면을 신메뉴로 내놓기도 했다.
지앙신디 씨는 "카카오톡, 라인 등 한국 모바일 메신저 이용자가 급증하고 있다" 며 "한 유학생에게 카카오톡 사용법을 배운 뒤 이를 통해 가게를 홍보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국과 일본에서 '한국발' 모바일 메신저 바람이 불고 있다. 한국에선 2년 전 출시된 '카카오톡'이 일찌감치 국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자리 잡았다. 이후 NHN의 '라인'과 다음의 '마이피플' 등이 가세해 2, 3위를 다투고 있을 만큼 한국 내 모바일 메신저 시장은 급격히 커지고 있다. 한국의 모바일 메신저가 일본과 중국으로 건너가 아시아 시장에서 열풍을 불러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모바일 메신저의 인기는 일본 사회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다.
도쿄 신주쿠(新宿)의 대형서점 기노쿠니야에는 최근 '라인 사용 설명서'가 등장했다. 인프레스재팬 출판사에서 내놓은 이 책은 '4000만 명이 몰두하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을 내세웠다.
모바일 메신저 캐릭터가 액세서리로도 나왔다. 라인을 개발한 NHN재팬은 올 3월 '라인 캐릭터' 인형을 300개 한정 판매했다. 가장 인기가 많은 곰 캐릭터 인형은 15분 만에 모두 팔렸다.
중국에서는 한국 유학생과 사업자를 중심으로 모바일 메신저가 확산되고 있다. 최주연 씨(베이징대 3년)는 "한국인 친구가 많거나 한국 업체와 일하는 중국인을 중심으로 라인이나 카카오톡 등 한국산 모바일 메신저 사용자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며 "내 카카오톡 친구의 절반이 중국인"이라고 밝혔다.
'한국발' 모바일 메신저는 중국과 일본의 커뮤니케이션 문화를 바꾸고 있다.
일본인들은 좀처럼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런 일본사회에서 모바일 메신저가 급속히 확산되면서 '수다쟁이'들이 늘고 있다는 분석이 많다.
한 사람이 일주일에 전화통화를 하는 횟수가 5, 6회에 불과하다는 통계가 있을 만큼 일본은 휴대전화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에 서툴렀다. 하지만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실시간 대화'를 하며 다양한 감정을 교류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은 한국처럼 휴대전화로 문자 메시지(SMS)를 주고받는 문화가 없다. 대신 휴대전화 인터넷을 이용해 이메일을 보내 일정 등의 간략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일본인들에게는 '문자 메시지'가 '휴대전화 이메일'인 셈이다. 때문에 일본인들은 휴대전화 번호와 함께 메일을 보낼 '휴대전화 전용 이메일 주소'를 교환한다.
일본 히토츠바시대에 다니고 있는 한국인 유학생 양승윤 군(20)은 "최근 모바일 메신저로 대화 패턴이 바뀌고 있다" 며 "젊은 층을 중심으로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소소한 이야기를 자주 주고받는 문화가 형성되면서 메일 사용 비중이 현저히 줄었다"고 말했다.
중국의 젊은이들은 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기존의 폐쇄적인 소통 문화를 깨고 있다. 중국 정부는 포털사이트에서의 일부 단어 검색을 차단했다. 또 국가의 안보와 불법정보 유출 등의 문제를 제기하며 페이스북과 트위터의 접속을 차단했다. 이에 따라 자유로운 소통을 원하는 중국인들이 모바일 메신저로 몰려들고 있는 것.
강만석 콘텐츠진흥원 중국지사 소장은 "중국의 전통매체에서 보이는 폐쇄성이 모바일 메신저에서는 상대적으로 약하게 나타나고 있다" 며 "이를 통해 중국 정부를 비판하거나 '눈 가리고 아웅 식'의 언론 보도를 비난하는 등 자신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표출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발' 모바일 메신저 시장의 중ㆍ일 시장 진출은 크게 두 가지 의미를 지닌다. 첫째는 소프트웨어 분야의 내수산업 탈출이다. 두번째는 한국 모바일 메신저가 한중일 모바일 삼국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 모바일 메신저 시장에 진출할 예정인 야후 관계자는 "모바일 메신저는 한국 소프트웨어가 '내수 업종'이란 기존 인식에서 벗어나는 계기가 됐다" 며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주도하던 미국·유럽 시장의 시대가 저물고 '모바일 아시아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경닷컴 이지현(도쿄)ㆍ강지연(베이징) 기자 edi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