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우리은행에 예금을 맡기러 갔던 김모씨는 은행 객장에서 낭패감을 느꼈다. 분명히 연 3.5%라고 했던 1년 만기 키위정기예금 금리가 막상 가서 보니 연 3.3%로 낮아져 있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 국고채 및 은행채 수익률이 낮아지자 은행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에 앞서 예금금리를 낮춘 것이다. 한은은 지난 12일 기준금리를 연 3.25%에서 3%로 25bp(1bp=0.01%포인트) 인하했다.

그런데 예금 금리를 인하할 때는 기준금리 인하를 앞서갈 정도로 기민하게 움직이던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내릴 때는 소극적이다. 좀체 개선되지 못하는 관행이다. 은행들은 한은 기준금리 인하 발표를 전후해 주요 예금금리를 낮췄지만, 대출금리는 그로부터 며칠 지난 17일부터 떨어뜨리고 있다.

그나마도 금융감독원이 지난 13일 “기준금리 인하가 은행 금리에 제대로 반영되는지 체크할 것”이라고 엄포를 놓지 않았으면 더 늦어졌을 것이다.

은행들이 금리 하락기에 예금금리는 더 빨리, 더 많이 떨어뜨리고 대출금리는 상대적으로 천천히, 조금 떨어뜨려 마진을 확보하려고 하는 경향은 올 들어 꾸준히 나타나고 있다. 한은이 발표한 예금기관 가중평균금리를 보면 예금은행의 신규취급액 기준 수신금리는 작년 말 3.77%에서 5월 말 3.64%로 13bp 하락했다. 이 기간 대출금리는 5.69%에서 5.66%로 고작 3bp 떨어졌다.

은행들도 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코픽스와 양도성예금증서(CD) 등 대출의 지표가 되는 금리가 낮아지기를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한 달 후행하는 지표의 성격상 코픽스에 기준금리 인하 효과가 일부라도 반영되려면 8월 중순은 돼야 한다. 거래량이 적은 CD금리(91일물)의 유통금리(17일 기준 연 3.25%)가 3개월 만기 은행채 금리(연 2.99~3.00%)에 비해 지나치게 높게 형성돼 있는 것도 기준금리 인하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다.

정부의 가계부채 억제정책과 불황으로 전체적인 순이자마진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수익성 악화를 막으려는 은행의 행태를 이해 못할 것도 없다. 하지만 빚 부담이 커진 서민들을 대상으로 예대금리 변경 시점을 달리하는 것은 왠지 꼼수라는 생각이 든다.

이상은 금융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