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여후 분화 거쳐 연골재생
1년 뒤 성공여부 확인 가능…고연령대서도 효능 입증돼
최대 3회 투여…가격부담 커
국내 첫 줄기세포 공개시술이 17일 서울 동대문구 나은병원에서 진행됐다. 무릎 연골이 닳아 없어지는 퇴행성 관절염 부위에 메디포스트의 줄기세포치료제 카티스템을 투여하는 것이다. 이날 시술에선 사전 처치부터 봉합까지 전 과정이 공개됐다.
집도를 맡은 서경원 나은병원 원장은 관절경으로 무릎 주위의 염증을 깨끗이 제거한 뒤 절개에 들어갔다. 원래는 하얗게 덮여 있어야 할 연골 부위가 바닥까지 닳아 없어진 환부가 드러났다. 서 원장은 드릴로 이 부분에 여러 개의 구멍을 뚫고 주사제로 카티스템을 투여했다.
시술은 30여분 만에 성공적으로 끝났다. 서 원장은 “투여된 카티스템이 앞으로 분화를 거쳐 연골을 재생시키고, 주변 염증도 함께 억제해 관절염을 치유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6~12주 내 정상 생활이 가능해지는 이 환자의 확실한 증상개선 여부는 1년 이상 추적관찰을 통해 가려진다”고 설명했다.
카티스템은 동종 제대혈 유래 중간엽줄기세포와 히알루론산나트륨의 복합체다. 동종 제대혈은 자신의 제대혈이 아닌 다른사람의 제대혈에서 유래한 성체 줄기세포를 말한다. 자가 줄기세포가 없어도 누구나 치료 받을 수 있다. 카티스템은 ‘세계 최초’ 무릎연골 재생 효과를 표방한 줄기세포치료제로 지난 4월부터 시판에 들어갔다.
이날 공개시술은 성체줄기세포치료제에 대한 의학계의 신뢰가 상당한 수준까지 올라갔다는 것을 의미한다.
남기세 나은병원 대표원장은 시술에 앞서 카티스템을 투여받고 1년 후 무릎 연골이 상당 부분 재생된 다른 환자의 환부를 공개했다. 하철원 삼성서울병원 정형외과 교수가 카티스템을 갖고 임상을 진행했던 결과다. 하 교수는 “직접 이식을 하지 않은 경골 인근 부위에서도 연골이 자라나 (줄기세포의 효과가) 기대 이상이었다”고 전했다.
기존에는 연골이 많이 손상되면 인공관절을 넣거나, 뼈에 구멍을 내 골수가 흘러나오도록 하고 골수 내 줄기세포가 연골을 재생하도록 유도하는 ‘미세천공술’이 주로 사용됐다. 그러나 인공관절은 염증이 생기면 치료가 쉽지 않고 계속 쓰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 시술시간도 1시간~1시간 반으로 줄기세포 시술보다 길다. 미세천공술은 간편하고 회복기간은 빠르지만 나이가 많고 손상부위가 크면 효과가 줄어드는 한계가 있다. 반면 임상 과정에서 카티스템 투여환자는 미세천공술 시술을 받은 환자보다 48주 후 연골 재생률이 높고, 고연령대에서도 효능이 크다는 게 입증됐었다. 남 원장은 “무릎 연골 재생뿐 아니라 척추 연골을 재생해 디스크를 치유하는 시술도 머잖아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디스크 수술은 인공디스크치환술이나 유압술(고정 핀을 박는 것)밖에는 마땅한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한편 카티스템 가격은 줄기세포 수천만 셀이 들어 있는 1 바이알(vial)당 투여량이 1~1.5㎖가량으로 500만원 선이다. 그러나 연골 결손 부위가 넓어짐에 따라 최대 3바이알까지 투여해야 하므로 아직 가격 부담이 큰 편이다. 보통 1회 시술에 250만~300만원인 인공관절술보다 훨씬 비싸다.
한편 관절염 환자들은 삼성서울병원 서울의료원 이대목동병원 중앙보훈병원 가천길병원 등 8개 종합병원에서 카티스템 수술을 받을 수 있으며, 다른 20여개 종합병원에서도 약제 심의가 진행 중이다.
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