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가 불확실성에 휩싸였다. 저성장 시대로 접어드는 조짐이다. 이를 타개할 요술방망이가 있을까.

‘현대 마케팅의 아버지’로 불리는 필립 코틀러 미국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 석좌교수(81). 그는 마케팅학의 1인자답게 시대를 꿰뚫는 통찰력을 뿜어내며 기업 마케팅의 중요성을 누누이 강조했다.

코틀러 교수가 소셜미디어를 마케팅에 십분 활용하라고 주문한 대목이 그렇다. 그는 페이스북 기업공개(IPO) 이후 논란이 되고 있는 소셜미디어의 미래에 대해 “페이스북은 살아남을 뿐 아니라 마케팅의 표준 도구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금융위기 이후 소비자들의 신뢰를 잃고 있는 기업들이 시장과 소통할 수 있는 수단이 바로 페이스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지금은 제품 중심의 마케팅 1.0, 소비자 중심의 마케팅 2.0을 넘어 사회적 가치를 통해 소비자들의 마음과 영혼을 움직여야 하는 마케팅 3.0 시대”라고 ‘선언’했다.

▶기업들이 글로벌 경기 침체를 어떻게 돌파해야 하나.

“경제 성장이 둔화돼 제품 수요가 줄어든 시기에 기업이 성장하려면 마케팅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 첫째, 제품(product) 유통경로(place) 판매가격(price) 판매촉진(promotion) 등 마케팅의 4대 핵심 요소(4P)와 세분화(segmentation) 표적시장 선정(targeting) 포지셔닝(positioning) 등 STP 마케팅 전략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확보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둘째, 어려운 시기에도 떠나지 않는 충성도 높은 고객과 이해관계자를 확보해야 한다. 셋째, 고객들이 다른 브랜드보다 당신 회사의 브랜드를 선호하게 만들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사회를 돌보는 기업 이미지를 확립해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아야 한다.”

▶그렇더라도 기업들은 당장 비용을 줄이고 싶어한다.

“물론이다. 불경기에 기업들이 첫 번째로 하는 일은 비용 절감이다. 마케팅 비용이 대표적이다. 값비싼 30초짜리 TV 광고를 줄이려고 할 것이다. 그럼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를 적극 활용하는 전략은 어떤가. 비용이 적게 드는 데다 소비자들의 개인정보도 확보할 수 있어 개별 소비자들의 특성에 맞춘 ‘타깃 마케팅(target marketing)’이나 ‘정밀 마케팅(precision marketing)’이 가능하다.”

▶비용 절감도 좋지만 새로운 마케팅 전략을 적극 활용하라는 주문인가.

“그렇다. ‘쇼퍼 마케팅(shopper marketing)’도 강화할 것을 권한다. 마케팅은 제품 판매를 직접 늘리는 활동이 아니다.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수용성을 높이는 것이다. 마케팅의 목적은 우선 설득력 있는 브랜드 이미지를 확립하고, 둘째로 고객들이 브랜드를 구매 고려 대상에 포함시키도록 만들고, 마지막으로 브랜드 선호도를 높이는 것이다. 하지만 브랜드 선호도도 궁극적인 목적은 아니다. 예를 들어 당신이 소니 카메라를 사겠다고 마음 먹고 매장에 들어갔다고 치자. 하지만 매장 직원으로부터 ‘소니도 좋지만 삼성 카메라가 더 싸고 기능도 많다’는 말을 듣고 삼성 카메라를 사서 매장을 나오는 경우가 적지 않을 것이다. 이를 연구하는 마케팅의 새 분야가 쇼퍼 마케팅이다. 마케터들은 책상에서 벗어나 매장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예컨대 진열은 어떻게 하고 있고 고객들은 주로 무엇을 질문하는지 연구해야 한다.”

▶제너럴모터스(GM)는 지난 5월 ‘광고 효과가 없다’며 페이스북 광고 중단을 발표했는데.

“아마도 GM이 페이스북을 사용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일 것이다. 포드는 이후에 계속 페이스북 광고를 하겠다고 했다. 페이스북이 기업을 공개한 뒤 주가가 하락한 것은 공모가(주당 38달러)를 너무 높게 잡았기 때문이다. 주가가 조금 더 떨어질지는 몰라도 페이스북은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내 살아남을 것이다. 그리고 표준적인 마케팅 도구로 자리잡을 것으로 믿는다. 앞으로 기업들은 마케팅 예산의 50%를 소셜미디어에 쏟아부을 것이다. 물론 한꺼번에 늘리면 안 된다. 여러 가지 실험을 해보고 성공하면 5%씩 더 책정하는 방식으로 점차 늘려가야 한다.”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CSR) 활동을

시장과 소비자 중심의 마케팅 개념을 처음 정리해 ‘현대 마케팅의 아버지’로 불린다. 1967년 쓴 ‘마케팅 관리’는 25개 언어로 번역됐으며 전 세계 경영대학원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마케팅 교과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001년 그를 잭 웰치 전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 경영학 대가인 피터 드러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와 함께 ‘4대 비즈니스 구루’로 선정했다. 2003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가장 영향력 있는 비즈니스 거장 50’ 반열에 그를 올렸다. 미국 시카고대에서 경제학 석사,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62년부터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기업들이 사회적 책임(CSR) 활동을 마케팅에 꼭 접목해야 하는가.

“대부분의 기업은 여전히 마케팅 1.0에 머물러 있다. 좋은 제품을 만들면 팔린다는 ‘제품 중심’ 마케팅이다. 한 단계 진화한 게 마케팅 2.0이다. 고객의 이성뿐만 아니라 감성도 자극하는 ‘고객 중심’ 마케팅이다. 그러나 지금은 ‘사회적 가치 중심’의 마케팅 3.0 시대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함으로써 고객의 영혼을 사로잡아야 한다. 글로벌화는 인류에 혜택도 가져다 줬지만 빈부 격차, 환경문제 등 부작용도 낳았다. 정보가 많아진 소비자들은 이런 문제들을 걱정한다. 2008년 금융위기와 최근 유럽 재정위기 등으로 경기가 나빠지면서 이런 경향이 더 강해졌다. 이런 시기에 문제를 해결하고 사회를 돌보는 기업들은 새로운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마케팅 3.0이야말로 저성장기에 기업을 차별화할 수 있는 방법이다.”

▶기업들은 이미 CSR에 많은 돈을 쓰고 있고 홍보에도 활용하고 있다.

“경영전략의 대가 마이클 포터 하버드대 교수는 최근 ‘공유 가치를 창조하라(Creating shared value)’는 하버드비즈니스리뷰 기고문에서 ‘사회적 책임을 기업의 DNA(유전자)로 삼아라. 그러면 수익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썼다. 단순히 기부하고 홍보하는 게 아니라 혁신을 통해 기업의 사명(brand mission)을 ‘사람들에게 더 좋은 일상을 제공하는’ 수준으로 격상해야 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옥수수를 생산하는 기업은 ‘옥수수를 생산한다’에서 ‘세상의 배고픔을 없앤다’로 브랜드 미션을 격상시킬 수 있다.”

▶한국 기업들의 마케팅 수준을 평가한다면.

“삼성 LG 현대자동차 등 한국을 이끄는 기업들에서 굉장히 강한 인상을 받았다. 창조적이고 혁신적으로 시장에 접근하고 있다. 지역사회도 돌보고 있다. 현대차가 금융위기 당시 미국 소비자를 상대로 구매 후 1년 안에 실직하면 전액 환불해주는 마케팅을 펼친 것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처럼 TV 휴대폰 등 모든 분야에서 최고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혁신을 지속하는 기업은 본 적이 없다. 아직 마케팅 2.0에 머물러 있긴 하지만 앞으로 마케팅 3.0에서도 성공할 것으로 믿는다.”

▶삼성이 아직 애플처럼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지 못한다며 실망하는 한국인들도 있다.

“삼성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기업들이 좌절하고 있다. 삼성은 이미 혁신을 위한 준비가 돼 있지만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자주 나오는 것은 아니다. 지금이 기회라고 생각한다. 모든 기업들이 열심히 하는 평상시에는 시장점유율을 크게 바꾸기 어렵다. 경쟁자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위기가 바로 기회다. ‘위기를 낭비하지(흘려보내지) 말라’고 조언하고 싶다.”

필립 코틀러 교수는 현대 마케팅의 아버지…4대 비즈니스 구루로 불려

시장과 소비자 중심의 마케팅 개념을 처음 정리해 ‘현대 마케팅의 아버지’로 불린다. 1967년 쓴 ‘마케팅 관리’는 25개 언어로 번역됐으며 전 세계 경영대학원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마케팅 교과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2001년 그를 잭 웰치 전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 경영학 대가인 피터 드러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와 함께 ‘4대 비즈니스 구루’로 선정했다. 2003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가장 영향력 있는 비즈니스 거장 50’ 반열에 그를 올렸다. 미국 시카고대에서 경제학 석사,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1962년부터 노스웨스턴대 켈로그경영대학원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셔터쿼(미국)=유창재 특파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