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큰손 "다른 주식 정리해 電·車에 올인"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외국인 연일 電·車 내다팔자…'기회가 왔다'
삼성전자·현대차로 포트폴리오 전면 조정
電·車군단 기초자산으로 사모ELS 발행도 급증
삼성+현대차그룹 펀드 첫선
삼성전자·현대차로 포트폴리오 전면 조정
電·車군단 기초자산으로 사모ELS 발행도 급증
삼성+현대차그룹 펀드 첫선
서울 대치동에 거주하는 L씨(66)는 5억~10억원을 개별 종목에 투자하는 거액 자산가다. 삼성전자 현대차 포스코 LG화학 등 업종 대표주 위주로 투자하던 그는 이달 초 보유 중이던 상당수 종목을 처분했다. 대신 삼성전자와 현대차로 투자 대상을 좁혔다. L씨는 “지난해 하반기 이후 6개월가량 고민하다가 국내 기업 중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곳은 삼성전자와 현대차뿐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말했다.
◆개인 큰손들, 전·차군단에 ‘올인’
거액 자산가들이 투자 ‘타깃’을 삼성전자와 현대차로 집중하려는 움직임은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뚜렷하게 감지되고 있다. 최평호 우리투자증권 강남본부장은 “주식 투자 용도로 수십억원씩 굴리는 고객 가운데 화학주 등을 정리하고 삼성전자와 현대차 위주로 포트폴리오를 짜려는 고객이 꽤 많다”며 “세계 시장에서 ‘넘버원’ 경쟁력을 갖춘 업종 가운데 화학 철강·금속 조선업종 등은 지난해 8월 이후 조정장을 거치면서 실망감이 커져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전(電)·차(車)군단’에 대한 최근 매매 행태를 살펴보면 외국인은 팔고 개인과 기관은 사들이는 추세다. 개인들은 지난달 하순부터 삼성전자와 현대차에 대한 ‘사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 21일 이후 이달 13일까지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각각 9359억원(1위)과 2249억원(6위) 순매수했다. 이상수 신한은행 서초PB센터장은 “지난해 8월 삼성전자가 68만원까지 떨어졌을 때 투자 기회를 놓쳤던 거액 자산가 가운데 이번 조정을 ‘다시 찾아온 기회’로 여기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ELS도 전·차군단이 접수
거액 자산가들은 프라이빗뱅킹(PB) 센터를 통해 “삼성전자와 현대차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를 만들어달라”는 요구도 적극적으로 하고 있다. 2개 개별 종목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의 경우 한 종목은 블루칩으로, 다른 한 종목은 변동성이 큰 옐로칩으로 ‘짝’을 이뤄 설계하는 게 일반적이다.
박영수 NH자산운용 리테일마케팅본부장은 “삼성전자와 현대차 조합의 ELS는 수익 실현이 쉽게 되는 구조가 아니어서 금융투자회사들이 적극적으로 발행에 나서는 분위기가 아니었다”며 “하지만 최근에는 부자고객들이 먼저 요청해 와 사모시장에서 발행이 늘어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교보증권 등에 따르면 지난 3, 4월에 각각 3억원과 5억원에 불과했던 삼성전자와 현대차 기초자산의 사모 ELS 발행 규모는 5, 6월 167억원과 162억원으로 증가했다. 삼성전자·현대차 기초자산의 ELS 전체 발행 물량 가운데 사모형이 차지하는 비중도 1월 34.27%에서 4월 7.35%로 떨어졌다가 지난달에는 64.00%로 증가했다.
투자자들의 요구가 커지자 삼성전자와 현대차에 집중 투자하는 공모펀드도 등장했다. KB자산운용은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소속 종목에 투자하는 ‘KB삼성&현대차그룹주플러스’ 펀드를 16일 처음 선보였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