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값이 뚝뚝 떨어지고 있다. 불경기로 판매량이 예년의 절반에 그치고 있는 가운데 에어컨 판매가 끝날 시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자 가전업체들이 본격적으로 밀어내기에 나선 것이다. 에어컨은 통상 8월 중순 이후엔 판매가 끊겨 악성 재고로 남는다.

15일 가격비교사이트인 다나와(www.danawa.com)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스탠드형 모델인 ‘스마트에어컨Q AF-HA153WGQC’의 평균 판매가는 지난 5월 160만5000원에서 6월 142만1000원으로, 이달 들어선 104만8000원까지 급락했다. 두 달 만에 60만원가량 떨어진 것이다. 또 ‘AF-HQ152WHA’ 모델은 지난 4월 117만2000원이었으나 현재 99만원에 팔리고 있으며 LG전자의 ‘휘센 FQ165DMPWQW’는 4월 222만6000원에서 이달 171만1000원으로 50만원가량 하락했다.

가전업계 마케팅 담당자는 “이렇게 에어컨이 안 팔리긴 10여년 만에 처음”이라며 “판매 최성수기를 앞두고 소비자 지갑을 열기 위해 온갖 방법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10년간 국내 에어컨 시장 규모는 연평균 165만대 안팎이었고 유난히 더웠던 지난해엔 사상 최고인 190만대가 팔렸다.

그러나 올해 극심한 불경기에다 여러 차례 전기요금 인상까지 겹치며 판매량이 지난해 절반에 머물고 있다. 올해 판매량이 90만~120만대 수준에 머물 것이란 우울한 전망이 업계에서 나온다.

에어컨 판매는 통상 7월 말 절정을 이루고 8월 초순까지 팔린 뒤 이후에는 판매가 끊긴다. 업체들은 못 팔고 남은 물량은 예약판매가 이뤄지는 다음해 초까지 재고로 떠안아야 한다.

이 때문에 LG전자가 지난달 초부터 에어컨을 사면 최대 20만원 캐시백과 12개월 무이자 혜택을 주는 이벤트를 펼쳤다. 이에 삼성전자는 지난달 13일부터 말일까지 고객이 집에 있는 구형 에어컨의 사진을 찍어오면 최대 40만원까지 깎아주는 할인 이벤트로 맞서고 있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