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칼럼] 저축은행에 물린 '좀비' 권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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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측근·정치인 줄줄이 엮여
철저히 응징…금융질서 확립해야
이만우 < 고려대 교수·경영학 객원논설위원 >
철저히 응징…금융질서 확립해야
이만우 < 고려대 교수·경영학 객원논설위원 >
잔인하면서도 웃기는 좀비영화가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좀비에 물리면 선량한 사람도 순식간에 좀비 괴물이 되는 것이 기본 프레임이다. 대표작으로는 ‘새벽의 저주’를 들 수 있는데, 아침에 일어나니 이웃집 소녀가 괴물로 변해 공격해왔고 물린 남편이 좀비가 되자 남은 가족이 필사적으로 도망쳐 우여곡절 끝에 안전한 섬에 당도하는데 거기도 이미 좀비가 득실거려 결국 모두 죽음을 맞는다는 스토리다.
부실로 퇴출된 저축은행 사주의 검은 돈에 물린 ‘좀비’ 권력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부산저축은행 뇌물 덫에 걸린 대통령 측근, 여야 정치인, 금융감독기관 간부, 경찰 및 세무공무원이 굴비처럼 엮여 형사재판이 해를 넘겨 계속되고 있다. 최근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친구인 부산저축은행 임원이 자신에게 뇌물을 줬다는 허위자백을 강요당했다며 담당검사 실명공개를 예고했고 검찰은 허위주장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며 강경한 자세로 대치하고 있다.
유동천 제일저축은행 회장이 뿌린 돈 때문에 유 회장 고향인 강원도 동해시 북평 출신 유력인사들이 줄지어 잡혀 들어갔다. 유 회장 친구인 대통령 사촌 처남은 초기에 구속됐고 정치권에서 목소리가 컸던 정형근 전 의원도 회사로 찾아가 돈을 받아 들고 나오는 장면이 CCTV에 찍혀 꼼짝 못하게 됐다. 검찰출신 김병화 대법관 후보도 강원도 태백이 고향이라 유동천 스캔들에 휘말려들어 국회 임명동의가 위태롭게 됐다.
부산저축은행은 불법대출로 오랫동안 자금을 빼돌려왔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관련 공직자 중심으로 뇌물을 뿌렸다. 그러나 제일저축은행 사주는 고향 학교 선후배나 친구 등 저축은행 업무와 별로 관계가 없는 인사에게 뿌린 돈이 많다. 자금세탁이 식은 죽 먹기인 금융회사 오너의 현찰 뇌물은 준 사람이 입을 다물면 적발이 어렵다. 뇌물 준 날짜를 정확히 적시해 CCTV를 확인시킨 정형근 건의 진술은 유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아 숨죽이고 있는 다른 사람들에 대한 경고 메시지로 보인다.
저축은행은 창업보다는 부실업체 인수를 통해 덩치를 키운 경우가 많다. 짧은 기간에 수조원을 굴리는 금융회사 사주로 등극해 거금을 쓰고 다닐 때는 그 돈이 어디서 나왔을지 가려서 상대해야 했다. 부정부패가 극심했던 개발연대에 가장 안전하게 돈을 빼먹는 사례는 댐 공사였다. 철근과 시멘트 등 공사자재가 댐에 묻혀 물에 잠기고 나면 그만이어서 뒤탈이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부작용이 많은 위험한 방식으로 비자금을 만드는 금융회사 돈은 뒤탈이 생기게 마련이다. 금융회사는 보통 다른 사람 명의로 대출을 일으켜 비자금을 조성하는데 이런 불법은 담당 임직원에게 노출되고 회수불능으로 대손처리하는 시점에 막대한 손실이 그대로 드러나 치명적이다. 과도한 불법대출로 건전성 지표가 악화되면 영업정지로 이어지고 정밀실사를 통해 비자금 실체가 모두 적발되는 것이다.
저축은행의 첨예한 위험을 당연히 알고 있었을 정두언 의원이 당선이 유력한 대선후보의 친형 이상득 의원을 저축은행 불법자금이 오가는 자리에 끌어들인 것은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대형 저축은행 중에서 끝까지 버텼던 솔로몬과 미래의 임석·김찬경 콤비는 대통령 친형 및 숙식을 같이하는 비서진까지 파고들어 최고 권력을 좀비로 만드는 막장 드라마를 완결했다.
불법 비자금을 뿌린 저축은행 사주는 돈을 받은 사람을 좀비로 끌고 다니며 퇴출 저지를 위해 금융당국에 전화하도록 지시하고, 퇴출이 결정되면 비협조적이었던 좀비부터 먼저 잡혀가도록 내친다. 막대한 비자금을 거머쥔 두목 좀비가 판치는 세상에서 적기 시정조치 유예로 시간을 끌긴 했지만 영업정지를 관철시킨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용단은 국민적 지지를 받기에 충분하다.
좀비영화는 두목 좀비의 사악성과 좀비로 돌변한 괴물의 잔인성으로 마음 졸이지만 좀비를 쳐부수는 선한 세력의 활약에서 카타르시스를 얻는 쾌감이 있다. 일부 악덕 사주가 권력을 좀비로 전락시킨 작금의 저축은행 사태는 철저한 응징을 통해 새로운 금융질서를 확립하는 기회로 선용해야 한다.
이만우 < 고려대 교수·경영학 객원논설위원 >
부실로 퇴출된 저축은행 사주의 검은 돈에 물린 ‘좀비’ 권력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부산저축은행 뇌물 덫에 걸린 대통령 측근, 여야 정치인, 금융감독기관 간부, 경찰 및 세무공무원이 굴비처럼 엮여 형사재판이 해를 넘겨 계속되고 있다. 최근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친구인 부산저축은행 임원이 자신에게 뇌물을 줬다는 허위자백을 강요당했다며 담당검사 실명공개를 예고했고 검찰은 허위주장에 대한 책임을 묻겠다며 강경한 자세로 대치하고 있다.
유동천 제일저축은행 회장이 뿌린 돈 때문에 유 회장 고향인 강원도 동해시 북평 출신 유력인사들이 줄지어 잡혀 들어갔다. 유 회장 친구인 대통령 사촌 처남은 초기에 구속됐고 정치권에서 목소리가 컸던 정형근 전 의원도 회사로 찾아가 돈을 받아 들고 나오는 장면이 CCTV에 찍혀 꼼짝 못하게 됐다. 검찰출신 김병화 대법관 후보도 강원도 태백이 고향이라 유동천 스캔들에 휘말려들어 국회 임명동의가 위태롭게 됐다.
부산저축은행은 불법대출로 오랫동안 자금을 빼돌려왔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관련 공직자 중심으로 뇌물을 뿌렸다. 그러나 제일저축은행 사주는 고향 학교 선후배나 친구 등 저축은행 업무와 별로 관계가 없는 인사에게 뿌린 돈이 많다. 자금세탁이 식은 죽 먹기인 금융회사 오너의 현찰 뇌물은 준 사람이 입을 다물면 적발이 어렵다. 뇌물 준 날짜를 정확히 적시해 CCTV를 확인시킨 정형근 건의 진술은 유 회장으로부터 돈을 받아 숨죽이고 있는 다른 사람들에 대한 경고 메시지로 보인다.
저축은행은 창업보다는 부실업체 인수를 통해 덩치를 키운 경우가 많다. 짧은 기간에 수조원을 굴리는 금융회사 사주로 등극해 거금을 쓰고 다닐 때는 그 돈이 어디서 나왔을지 가려서 상대해야 했다. 부정부패가 극심했던 개발연대에 가장 안전하게 돈을 빼먹는 사례는 댐 공사였다. 철근과 시멘트 등 공사자재가 댐에 묻혀 물에 잠기고 나면 그만이어서 뒤탈이 없기 때문이다.
반대로 부작용이 많은 위험한 방식으로 비자금을 만드는 금융회사 돈은 뒤탈이 생기게 마련이다. 금융회사는 보통 다른 사람 명의로 대출을 일으켜 비자금을 조성하는데 이런 불법은 담당 임직원에게 노출되고 회수불능으로 대손처리하는 시점에 막대한 손실이 그대로 드러나 치명적이다. 과도한 불법대출로 건전성 지표가 악화되면 영업정지로 이어지고 정밀실사를 통해 비자금 실체가 모두 적발되는 것이다.
저축은행의 첨예한 위험을 당연히 알고 있었을 정두언 의원이 당선이 유력한 대선후보의 친형 이상득 의원을 저축은행 불법자금이 오가는 자리에 끌어들인 것은 정말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대형 저축은행 중에서 끝까지 버텼던 솔로몬과 미래의 임석·김찬경 콤비는 대통령 친형 및 숙식을 같이하는 비서진까지 파고들어 최고 권력을 좀비로 만드는 막장 드라마를 완결했다.
불법 비자금을 뿌린 저축은행 사주는 돈을 받은 사람을 좀비로 끌고 다니며 퇴출 저지를 위해 금융당국에 전화하도록 지시하고, 퇴출이 결정되면 비협조적이었던 좀비부터 먼저 잡혀가도록 내친다. 막대한 비자금을 거머쥔 두목 좀비가 판치는 세상에서 적기 시정조치 유예로 시간을 끌긴 했지만 영업정지를 관철시킨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의 용단은 국민적 지지를 받기에 충분하다.
좀비영화는 두목 좀비의 사악성과 좀비로 돌변한 괴물의 잔인성으로 마음 졸이지만 좀비를 쳐부수는 선한 세력의 활약에서 카타르시스를 얻는 쾌감이 있다. 일부 악덕 사주가 권력을 좀비로 전락시킨 작금의 저축은행 사태는 철저한 응징을 통해 새로운 금융질서를 확립하는 기회로 선용해야 한다.
이만우 < 고려대 교수·경영학 객원논설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