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는 입 안이 시원해지는 탄산음료와 아이스크림을 찾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무심코 이 두 가지를 동시에 즐겼다가는 주변이 난장판이 될지도 모른다. 탄산음료를 먹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면 탄산이 입 안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다 입 밖으로 터져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유는 표면장력과 이산화탄소의 상호작용에 있다.

사탕 멘토스도 탄산음료에 넣으면 같은 현상이 나타난다. 2006년 미국의 저글링 선수인 프로츠 글로브, 법률가 스티븐 볼츠는 인터넷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에 재미있는 동영상을 올렸다. 콜라 200병에 멘토스를 넣어 수직으로 콜라가 뿜어져 나오는 ‘콜라분수쇼’ 광경이었다. 전 세계 누리꾼의 폭발적 관심을 모은 이 동영상은 이들에게 광고수익으로 3만5000달러를 안겨줬다.

이후 토냐 코피 미 애팔래치아대 물리학과 교수는 ‘아메리칸 저널 오브 피직스(American Journal of Physics)’에 탄산음료 분수쇼에 대한 논문을 실었다. 그는 “멘토스가 콜라 표면장력을 약화시켜 탄산음료 속 이산화탄소를 급격하게 분출시키는 물리화학적 원리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표면장력은 액체 표면을 가능한 한 작은 면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액체 속 분자들이 스스로를 끌어당기는 힘이다. 또 멘토스의 표면에는 계면활성제(성질이 다른 두 물질이 맞닿을 때 경계면에 달라붙어 표면장력을 감소시키는 물질)가 있다. 이것이 탄산음료와 결합하면 음료 내 표면장력이 급격히 약화된다. 이때 멘토스 속 아라비아고무 성분과 탄산음료의 탄산염이 화학적으로 반응해 음료 속에 녹아 있던 이산화탄소 부피가 팽창하게 된다. 게다가 콜라병은 입구도 가늘고 좁으니 ‘분수쇼’가 가능했던 것이다.

아이스크림 역시 내부 당류나 유분이 끈적끈적한 정도(점도)를 높이기 때문에 액체와 결합하면 표면장력을 떨어뜨린다. 즉 이 상태(표면장력 저하)에서 아이스크림과 탄산이 만나면 아이스크림 속 미세한 기포와 이산화탄소가 만나 기포가 증폭되고 아이스크림의 부피가 급격히 팽창하게 된다. 부피가 팽창하면서 거품이 입 밖으로 뿜어져 나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탄산음료에는 음료 용량의 3.5~4배 정도의 이산화탄소가 녹아 있다. 1.5ℓ의 콜라 안에는 5ℓ 이상의 이산화탄소가 들어 있는 셈이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