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권도전을 선언하면서 박근혜 전 새누리당 대표가 내건 슬로건은 국민행복이다. 경제를 민주화하고 일자리를 늘리며 한국형 복지를 확립하면 국민이 행복해진다는 삼단논법 행복론이다. 다른 출마자들도 한결 같은 주장들을 편다. 미디어 보도만으로는 행복하다고 느끼는 사람을 좀체 찾기 어려운 곳이 한국이다. 이런 사실을 감안하면 대선후보들의 국민 행복 약속은 매우 적절할 수도 있다.

우리 국민들은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OECD 국가 삶의 질 구조에 관한 연구’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행복지수는 34개 회원국 중 32위로 거의 꼴찌다. 지난해 OECD가 측정한 행복지수 순위에서도 한국은 조사대상 36개국 중 24위에 그쳤다. 한국이 1인당 국민소득 2만달러, 인구 5000만명을 동시에 넘어선 세계 7번째 국가가 됐지만 국민들은 행복감을 못 느끼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박 전 대표 등의 주장대로 경제민주화 등을 실천하면 국민들은 행복해지고 더 많은 무상 시리즈가 제공되면 사람들이 기뻐할까. 물가가 더 안정되고 소득이 늘어나면 나아질까. 답을 구하려면 우리 국민들이 왜 불행한지부터 따져봐야 한다. 실질소득 감소, 중산층 붕괴, 부의 양극화…. 한국사회의 고질적 문제로 흔히들 열거하는 것들이다. 우리 국민들이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소위 객관적 요인들이다.

실상은 어떨까. 통계청에 따르면 2004년부터 2010년까지 가구당 월평균 소득은 단 한 차례도 전년보다 줄어든 적이 없다. 물가상승을 감안한 실질소득을 기준으로 해도 글로벌위기 영향을 받은 2009년을 제외하고는 매년 2% 안팎 증가했다. 올 1분기 4인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493만원으로 전년 대비 9.1%나 크게 늘었다. 연간으로는 5900만원이 넘는다. 흔히 중산층 연봉으로 꼽는 5000만~7000만원 구간의 정확히 중간에 속한다.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중산층의 소득을 평균적인 가구가 벌어들이고 있는 셈이다. 소위 중산층 붕괴론과는 거리가 있다. 양극화가 심화됐다지만 소득 불평등도를 나타내는 지니계수는 소폭 개선됐다. 1인 이상 가구는 2007년 0.312에서 2010년 0.310으로, 2인 이상 가구는 같은 기간 0.295에서 0.288로 낮아졌다.

그렇지만 국민은 늘 불만이다. 실질소득이 늘어도 물가가 올라 못 살겠다고 아우성이다. 상인들은 입만 열면 IMF 때보다 안 좋다, 금융위기 때보다 못하다는 식이다. 지니계수가 개선돼도 부익부 빈익빈이라고 불만이다. 현실과 인식 사이에 괴리가 크다. 행복은 기대치의 함수다. 정치인들은 국민이 얼마나 불행하고, 우리 경제가 얼마나 형편 없는지를 끊임없이 주입하고 최면 걸면서 불만을 조장한다. 정치인들이 스스로를 지옥에서의 구원자로 만들어가는 동안 국민은 계속 나락으로 떨어지게 된다. 대선을 앞둔 요즘, 같은 행태가 또다시 반복되고 있다. 박 전 대표의 소위 국민행복론도 다르지 않다. 차라리 정치인들이 모두 사라지고 나면 국민은 각자 자신의 진정한 행복을 찾아나설지도 모르겠다. 국가가 국민을 행복하게 해준 일은 역사상 있어본 적이 없다. 아니 그것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