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대기업 규제에 이어 부자 증세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민주통합당이 이미 소득세와 법인세 증세 법안을 제출한 상황에서 새누리당이 가세함에 따라 양당 간 경제민주화 이슈를 둘러싸고 주도권 경쟁이 격해지는 양상이다. 대선표를 겨냥한 여야의 움직임에 재계는 경기 위축을 우려하며 반발했다.

◆새누리당의 부자증세 카드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11일 평화방송 라디오에 출연, “지금은 복지 재원 때문에 일부 증세가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일반인이 대상이 아니라 비교적 여유로운 사람들에 대한 증세이며, 주식 양도차익 과세나 파생상품 거래처럼 세금을 안 내고 있는 것을 말하는 것”이라며 “노동하는 사람은 세금을 내고 있는데, 이런 건 불공평하고 불합리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5년 전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공약한 ‘줄푸세(세금을 줄이고, 규제를 풀며, 법질서를 세우자)’ 정책을 수정한 것이냐는 질문에 “만고불변의 정책은 없다”며 “당시엔 노무현 정부가 경제를 엉망으로 운영해 기업들이 투자 의욕을 잃고 경기가 침체된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아니다”고 답했다.

이 원내대표는 ‘증세에 법인세도 해당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법인세도 포함된다고 봐야 한다. 오랫동안 비과세 감면을 받고 있는 것들을 다 포함해 살펴볼 것”이라며 “대기업이 많이 감면받고 있는 것이 (대상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부자와 대기업을 위주로 한 증세라는 설명이다.

새누리당은 총선 공약으로 파생상품거래세를 신설(0.001%·민주당 0.01%)하고, 주식양도차익 과세도 확대한다고 내놨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은 2000만원 이상(민주당은 3000만원)으로 낮춰 세금을 더 걷기로 했다. 고가 미술품과 골동품 등에 보유세 및 거래세를 매기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대기업에 대해선 비과세 감면 혜택을 받아왔던 R&D세액공제, 임시투자세액공제 등이 축소 또는 폐지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여기에 직접적인 부자 증세를 더한다. 이미 소득세 최고세율(38%) 적용구간을 현 ‘3억원 초과’에서 ‘1억5000만원 초과’로 확대하는 내용을 담은 소득세법 개정안을 이달 5일 국회에 제출했다. 법인세 과세표준도 현 200억원 초과 시 세율 22%에서 500억원 초과 시 25%의 구간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기업에 대해서는 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금도 과세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재계 ‘성장 위축’ 우려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이 같은 안을 대선공약으로 확정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 경제계는 우려가 크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경제정책팀장은 “세율을 높이면 전체 세수는 줄어든다는 게 입증되고 있는데 유럽 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에서 법인세율을 올리면 세수뿐 아니라 투자 여력과 고용도 함께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1991년부터 2009년까지 법인세 최고 세율이 34%에서 22%로 인하되면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수 비중은 1.98%에서 3.32%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권혁부 대한상공회의소 금융세제팀장은 정치권이 추진 중인 계열사 배당수익 과세 등 재벌세에 대해 “자회사 배당소득에 대해 모회사에서 다시 세금을 거두려는 것은 그 어느 나라에서도 시행하지 않는 이중과세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증권업계에선 주식거래차익에 과세하고 금융소득종합과세를 강화하는 데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대만이 단기간 내 주식거래차익에 전면 과세를 추진하다 주식거래가 줄어 다시 비과세로 돌아왔다”며 “주식거래차익에 과세를 하려면 제한적이고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하고 금융소득종합과세와 분리과세를 해야 시장 위축을 방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재후/이호기/정인설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