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와 G2(미국·중국)의 경기둔화 우려까지 불거지면서 증시가 활력을 잃고 있다. 6월부터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을 합친 하루평균 거래대금은 5조원대로 연초의 절반 수준으로 감소했다. 답답한 장세를 견디다 못한 투자자들이 증시를 이탈한 때문이다.

이 같은 ‘눈치보기’ 장세에서 외국인과 기관의 매수세에 힘입어 거래량이 늘어나는 종목이 주목을 끌고 있다. 보령제약 경남기업 성진지오텍 코스모화학 등은 업황개선 기대감이 거래량 증가의 배경으로 분석된다.

○주가는 거래량의 그림자?

보령제약은 이달 들어 지난 9일까지 하루평균 거래량이 74만5000여주로 전달에 비해 8배 이상 불어났다. 업황 회복 기대감에다 약가 인하 정책으로 인한 주가 하락으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이 부각,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경남기업도 신규 수주에다 신용등급 상향 조정 등 호재가 겹치면서 거래량이 전달에 비해 7배 이상 늘어났다.

성진지오텍 코스모화학 SH에너지화학 조선내화 삼화콘덴서 아모레퍼시픽 동원산업 대한유화 서울식품 등도 이달 들어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대표 종목들이다.

이들 종목의 주가상승률도 눈에 띈다. 경남기업은 이달 들어 10일까지 10.82% 상승했다. 거래량 증가 상위종목 중 대한유화 SK 한미약품 SH에너지화학 보령제약 등의 이달 주가상승률도 3%를 웃돌고 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가 1.32%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시장수익률을 상당히 능가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거래량이 급증했다고 다 유망종목으로 보기는 힘들다. 뚜렷한 이유없이 손바뀜이 잦은 종목은 오히려 더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보이지 않는 의도’가 작용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한국거래소 시장감시본부 관계자는 “수급여건이 개선된 종목과 단순히 손바뀜이 잦아 거래량이 늘어난 종목은 구분해 접근해야 한다”며 “실적개선 등의 이유없이 거래량이 갑자기 갑자기 늘어난 종목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수급모멘텀, 기관에게 물어봐

2분기 실적시즌에 대한 시장 분위기는 기대보다 우려에 가깝다. 삼성전자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기업들의 실적이 악화됐거나 정체된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발표될 2분기 실적을 가이드라인으로 삼아 실적호전 및 개선 기업들로 매수 대상을 좁힐 것을 권하고 있다. 좀처럼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글로벌 경제환경이 지속되면 업종별 실적차별화가 더욱 뚜렷해질 것이란 이유에서다.

현대증권은 반도체, 휴대폰, 가전, 디스플레이 등 정보기술(IT)과 자동차를 비롯해 음식료, 여행, 호텔, 화장품 등 경기관련소비재들의 영업이익 증가세가 돋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정유 화학 철강 조선 등 소재 및 산업재 종목들의 2분기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 업종 중 3분기 턴어라운드가 가시화된 종목들은 기관 등 매수세가 유입될 가능성이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김기영 현대증권 애널리스트는 “유럽연합(EU) 정상회의 후 외국인 매매패턴과 악화된 2분기 실적 등을 감안할 때 외국인 매수세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당분간 시장 수급의 키를 쥔 기관의 매수세가 유입되는 종목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관은 5월 이후 3조5000억여원을 순매수하면서 화학 운송 기계 조선 내수소비재 화장품 등 3분기 실적개선 징후가 보이는 업종 중심으로 매수 규모를 늘리고 있다.

손성태/임근호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