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기업 선정 '실적 쌓기용'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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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상 기업들 "무리한 잣대 들이댔다" 강력 반발
은행 "지시 따랐을 뿐"…당국 "선제적 위험관리"
은행 "지시 따랐을 뿐"…당국 "선제적 위험관리"
국책은행을 주채권은행으로 두고 있는 A사는 지난 6일 금융당국의 기업 신용위험평가 결과 발표를 보고 깜짝 놀랐다. 지난달 말까지만 해도 자산 매각 및 증자 방침을 인정받아 정상 기업으로 분류(B등급)될 예정이었지만 갑자기 C등급(워크아웃) 통보를 받아서다. A사는 이유를 따졌지만 은행은 “금융당국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해 다시 평가하라는 지시에 따른 것”이란 설명만 반복했다. A사는 현재 “신용위험평가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번에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된 기업 36개사 중 상당수 업체들이 주채권은행과 금융당국에 이의를 제기하며 강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각 은행에 재평가 작업을 요구한 기업까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건설업체인 B사 관계자는 “올 하반기에만 2000억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하는 등 유동성 강화 방안을 마련하기로 은행과 협의를 마쳤는데 갑자기 워크아웃 대상으로 선정됐다”며 “재평가 요청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통상 기업 신용위험평가 때 현금흐름, 부채비율, 이자보상배율 등의 항목을 분석해 등급을 분류하는데 올해는 당국 지침에 따라 기업별로 진행 중인 유동성 확대 방안을 잘 인정해주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은행들이 기업들의 재평가 요구를 수용하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된 기업들은 은행들이 무리한 평가 잣대를 들이대 워크아웃 또는 퇴출(D등급) 기업을 결정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기업들의 신용위험평가 결과 발표에 앞서 은행들을 압박해 구조조정 대상 기업 수를 무리하게 늘렸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 및 은행들에 따르면 실제로 한 국책은행은 지난달 말 기업 신용위험평가 결과 C등급 또는 D등급으로 분류된 곳이 없다고 사전보고했으나 최종보고 때는 2개 기업을 C등급으로 분류, 통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4대 은행 중 하나인 한 시중은행 역시 지난달 말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없다는 의견을 금융당국에 전달했지만 “무조건 찾아내라”는 통보를 받고 3개 기업을 C·D등급으로 재분류했다. 은행 관계자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상당수의 한계기업들이 구조조정에 들어가 대상 기업 수 자체가 줄어든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당국이 무조건 대상을 선정하라고 지시해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 기업들 중 구조조정 대상업체 수는 금융위기 이듬해인 2009년 89개로 가장 많았다가 2010년 65개, 지난해 32개로 크게 감소하는 추세였다. 하지만 올해는 36개(C등급 15개, D등급 21개)로 전년보다 오히려 4개 늘었다. 금융당국이 무리하게 실적 채우기용 ‘살생부’를 작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에 기업 신용위험평가 시 관대하게 평가하지 말고 기존보다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라고 주문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은행들이 워크아웃 대상 기업을 확정하는 순간 고정이하로 여신을 재분류하고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하기 때문에 엄격한 평가 기준을 들이대지 않는다고 판단해 재평가 작업을 지시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장창민/김보형 기자 cmjang@hankyung.com
이번에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된 기업 36개사 중 상당수 업체들이 주채권은행과 금융당국에 이의를 제기하며 강한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각 은행에 재평가 작업을 요구한 기업까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건설업체인 B사 관계자는 “올 하반기에만 2000억원 이상의 현금을 확보하는 등 유동성 강화 방안을 마련하기로 은행과 협의를 마쳤는데 갑자기 워크아웃 대상으로 선정됐다”며 “재평가 요청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통상 기업 신용위험평가 때 현금흐름, 부채비율, 이자보상배율 등의 항목을 분석해 등급을 분류하는데 올해는 당국 지침에 따라 기업별로 진행 중인 유동성 확대 방안을 잘 인정해주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하지만 은행들이 기업들의 재평가 요구를 수용하기는 사실상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구조조정 대상으로 선정된 기업들은 은행들이 무리한 평가 잣대를 들이대 워크아웃 또는 퇴출(D등급) 기업을 결정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금융당국이 기업들의 신용위험평가 결과 발표에 앞서 은행들을 압박해 구조조정 대상 기업 수를 무리하게 늘렸다는 지적이다.
금융당국 및 은행들에 따르면 실제로 한 국책은행은 지난달 말 기업 신용위험평가 결과 C등급 또는 D등급으로 분류된 곳이 없다고 사전보고했으나 최종보고 때는 2개 기업을 C등급으로 분류, 통보한 것으로 나타났다. 4대 은행 중 하나인 한 시중은행 역시 지난달 말 구조조정 대상 기업이 없다는 의견을 금융당국에 전달했지만 “무조건 찾아내라”는 통보를 받고 3개 기업을 C·D등급으로 재분류했다. 은행 관계자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상당수의 한계기업들이 구조조정에 들어가 대상 기업 수 자체가 줄어든 상태인데도 불구하고 당국이 무조건 대상을 선정하라고 지시해 어쩔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신용공여액 500억원 이상 기업들 중 구조조정 대상업체 수는 금융위기 이듬해인 2009년 89개로 가장 많았다가 2010년 65개, 지난해 32개로 크게 감소하는 추세였다. 하지만 올해는 36개(C등급 15개, D등급 21개)로 전년보다 오히려 4개 늘었다. 금융당국이 무리하게 실적 채우기용 ‘살생부’를 작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이유다.
금융당국은 은행들에 기업 신용위험평가 시 관대하게 평가하지 말고 기존보다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라고 주문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은행들이 워크아웃 대상 기업을 확정하는 순간 고정이하로 여신을 재분류하고 충당금을 더 쌓아야 하기 때문에 엄격한 평가 기준을 들이대지 않는다고 판단해 재평가 작업을 지시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장창민/김보형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