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판매되는 스마트폰 가격이 외국보다 최대 수십만원 비싸다는 조사 결과가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9일 방송통신위원회의 용역을 받아 만든 ‘이동통신시장 단말기 가격형성 구조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애플 아이폰4S 32GB(기가바이트) 모델의 국내 판매가는 81만600원이었지만 한국을 제외한 해외에서는 평균 57만8800원이었다. 국내 소비자들이 23만2000원을 더 주고 사는 셈이다.

국내 업계에서는 휴대폰 가격에 각종 보조금이 빠져 있어 현실과 동떨어진 조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복잡한 보조금 제도 탓에 실제 소비자들의 휴대폰 구입 가격이 천차만별이라는 점을 더 큰 문제점으로 꼽고 있다.

◆“국내 아이폰 가격, 英의 2.8배”

보고서는 한국을 포함한 세계 11개 주요국의 스마트폰 가격을 비교했다. 휴대폰 가격은 삼성전자나 애플 등 제조업체가 통신사 등 1차 유통업체에 공급하는 ‘출고가’와 통신사가 일반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실제 판매가로 나뉜다.

보고서는 국가별로 가입자 수 1위 통신사가 공개한 온라인 가격을 비교했다고 설명했다. 한국 판매가는 SK텔레콤의 월 3만4000원·4만4000원·5만4000원·6만4000원 요금제 등 주로 쓰이는 4개 요금제 평균으로 산출했다.

조사 결과 아이폰4S는 영국이 28만8400원으로 가장 저렴했다. 이어 캐나다 30만6000원, 미국 35만원, 독일 51만7500원 순이었다. 가장 비싼 곳은 86만3600원인 일본이었다. 한국이 81만600원, 이탈리아 80만1000원으로 뒤를 이었다.

삼성전자의 갤럭시S2와 HTC 센세이션도 국내 판매가격이 더 비쌌다. 갤럭시S2의 한국 판매가는 73만7000원으로 해외 평균(39만9000원)보다 33만8000원 비쌌다. 센세이션은 외국 평균 가격(32만원)보다 두 배 이상 높은 70만원이었다.

제조사의 출고가는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아이폰4S 32GB 모델 출고가는 한국이 94만6600원으로 해외 평균 104만3400원보다 낮았다. 갤럭시S2 국내 출고가 역시 84만7000원으로 해외 평균 81만1600원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불투명한 유통구조가 더 문제

보고서 결과만 놓고 보면 국내 통신사들이 제조사로부터 스마트폰을 외국과 비슷한 값에 받아서 비싸게 팔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보고서 내용이 현실과 동떨어졌다고 말한다. 이번 조사의 판매가는 통신사가 가입자에게 주는 ‘약관상 약정 보조금’만 포함했기 때문이다. 실제 판매 과정에서 대리점·판매점들이 제공하는 다양한 보조금은 제외됐다.

보고서 역시 “다양한 약정 외 보조금이 지급되는 상황이어서 실제 가격보다 과대 평가될 소지는 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판매되는 스마트폰 가격이 천차만별이라는 사실을 더 큰 문제점으로 꼽았다. 이날 온·오프라인 판매점에서 갤럭시S2 가격을 확인한 결과 최저 20만원부터 최대 70만원까지 제각각이었다.

한국의 휴대폰 가격은 공식적인 판매가에서 대리점, 판매점 등 도·소매업체들이 제공하는 각종 보조금을 빼야 한다. 도·소매업체들은 ‘판매 장려금’ 명목으로 통신사와 제조사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는다. 이를 재량껏 활용해 휴대폰 가격을 낮춰 팔 수 있다.

이 때문에 똑같은 휴대폰을 사더라도 사람마다 구입 가격이 모두 다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