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과 주가 모두 부진에 시달리던 화학주(株)가 달라지고 있다.

2분기 실적을 저점으로 3분기부터 본격적인 실적 회복세가 나타날 것이란 전망이 탄력을 받고 있는 가운데 양호한 수급 상황이 주가 상승을 이끌 것이란 분석이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화학업종지수는 최근 한달래 9% 가량 올랐다. 같은 기간 3% 가량 오른 코스피 지수와 비교해도 월등한 상승률이다. 이 기간 동안 화학 대장주인 LG화학도 18% 가량 상승했다. 호남석유, 금호석유 등도 양호한 수익률을 기록했으며 화학업종에 편입돼 있는 태양광 대장주인 OCI도 20% 가량 뛰었다.

최근 화학업종지수를 이끈 수급 주체는 기관이다. 기관은 LG화학을 연일 순매수에 나서 한달래 9364억4000억원을 순매수했다. 금호석유와 호남석유도 각각 1346억원, 1145억6300만원을 사들였다. OCI도 1460억1000만원 가량을 매입했다.

기관의 매수세가 집중되는 이유는 하반기부터 실적 개선이 본격화될 것이란 기대가 반영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증권가에서는 2분기 화학주가 바닥을 치고 3분기부터 본격적인 실적 개선세가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에 따르면 2분기 유화 4사(LG화학·호남석유·금호석유·한화케미칼)의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24% 감소한 6418억원에 그칠 것이지만 3분기 영업이익은 전분기 대비 46% 증가한 9364억원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이응주 신한금융투자 애널리스트는 "7월부터 저가 원료가 투입되면서 마진이 좋아지고, 중국의 긴축 완화책과 소비 부양책이 하반기로 갈수록 효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제품 가격의 반등세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주에는 나프타 가격이 t당 73달러로 상승한 가운데 에틸렌, 벤젠 등 기초유분을 중심으로 동반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부타디엔(BD)은 4주 연속 강세를 보이며 지난주 120달러 내외로 상승했다. P-X, PTA, MEG 등 화학섬유 체인도 상승세로 전환됐으며 PE, PP, PVC, ABS 등 합성수지도 전반적인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희철 하이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대만 포모사 공장이 지난달 20일 정전으로 전면 가동중단 되면서 역내 공급이 타이트해졌다"며 "특히 지난주 중국의 금리인하가 전격 단행되면서 앞으로 수요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선 특히 LG화학의 주가 반등 탄력이 두드러질 것으로 기대했다. LG화학의 경우 타사 대비 2분기 실적도 상대적으로 양호할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이 애널리스트는 "LG화학의 경우 2분기 영업이익이 4404억원으로 전분기 대비 4.1% 감소하지만 상대적으로 선방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호남석유와 금호석유는 각각 904억원, 450억원으로 58.8%, 65.1% 급감할 것으로 추산됐다.

황규원 동양증권 애널리스트는 "LG화학의 3분기 예상 영업이익은 5689억원으로 전분기 예상치 4664억원 대비 22% 정도 증가할 것"이라며 "6월 738달러로 급락한 나프타(원료)는 7월 생산과정에 투입되기 때문에 3분기에 원가 절감효과가 발생되고, 이로 인해 석유화학 현금 마진은 전분기 466달러에서 t당 500달러 수준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화학주가 기술적 반등 국면에 접어 들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기술적 분석을 담당하는 김영일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에너지화학업종이 본격적인 반등 국면에 진입했다"며 "기관 매수가 확대되는 국면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김 애널리스트는 "화학주의 시가총액 축소와 주가 약세, 실적 부진 국면이 전환되는 신호가 나타나고 있다"면서 "수급 상황 개선에 힘입어 반등 국면이 1개 분기 정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경닷컴 최성남 기자 sul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