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인수 후 추정이익 330억원 중 18% 내라"
소프트뱅크벤처스가 인수·합병(M&A) 파트너로부터 쌍용제지를 가로챘다는 혐의로 61억여원을 물어주게 됐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일본의 벤처투자 ‘큰손’ 소프트뱅크의 한국 현지법인인 소프트뱅크코리아의 자회사다.
8일 법원에 따르면 서울고법 제18민사부(부장판사 조해현)는 씨더블류에셋이 소프트뱅크벤처스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 “소프트뱅크벤처스는 61억391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씨더블류에셋은 2005년 10월 쌍용제지 매각 절차가 진행되자 업계에서 지명도가 높은 소프트뱅크벤처스를 대신 참여시키기로 했다. 자신들보다 규모와 인지도에서 훨씬 앞선 소프트뱅크벤처스를 내세울 경우 인수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에서였다. 당시 쌍용제지 대주주였던 한국P&G는 산업용 특수지를 주로 생산하는 쌍용제지가 생활용품 전문회사인 자사의 사업방향과 맞지 않는다며 매각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예비입찰을 통과한 후 2006년 1월 씨더블류에셋과 내부 계약을 체결했다. 쌍용제지 인수를 위한 인수의향서(LOI) 제출과 실사 및 가격협상, 인수계약 체결 등을 씨더블류에셋 대신 해주는 대가로 인수 확정 때까지 매달 1000만원을 받기로 했다.
그러나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후 씨더블류에셋과 매입자금 마련 방안에 대해 논의하면서 의견이 일치하지 않자 두 회사 간 계약을 해지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쌍용제지의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받겠다는 씨더블류에셋의 차입매수(LBO) 계획에 대해 소프트뱅크벤처스는 “배임죄 우려가 있다”고 반대했다.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이후 독자적으로 쌍용제지를 인수하는 절차에 착수, 한국P&G와 2006년 6월 쌍용제지 지분 99.94%를 657억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씨더블류에셋은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쌍용제지 인수에서 명의를 대여하는 역할을 맡았을 뿐인데 그 의무를 위반했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씨더블류에셋이 LBO의 위법성을 시정하기 위한 노력을 하지 않은 채 대출을 강행하려 했다고 볼 수 없다”는 등 이유로 계약 해지의 책임은 소프트뱅크벤처스에 있다고 판단했다. 다만 씨더블류에셋이 차명거래를 추진했고, 당시 자금 사정 상 지분을 모두 인수하긴 힘들었다는 이유 등을 들어 쌍용제지를 인수했을 경우 추정이익 330억여원 가운데 18% 수준인 61억여원을 배상액으로 인정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