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제 몽유병 환자 같다"…비관론 팽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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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고용 지수 악화…오바마 재선 '적신호'
낙관론자 짐 오닐 "저성장기에 접어들었다"
낙관론자 짐 오닐 "저성장기에 접어들었다"
“미국 경제는 좀비 경제가 되고 있다.”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는 6일(현지시간) 이렇게 보도했다. 금융위기 이후 정부가 돈을 쏟아부었지만 제조업, 고용 등 경제지표가 크게 좋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을 표현한 것이다.
최근 각종 경제지표가 안 좋게 나오자 미국 경제에 대한 대표적 낙관론자들도 돌아서고 있다. 마크 잔디 무디스이코노미닷컴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경제는 느린 속도로 움직이는 몽유병 환자와 같다”고 지적했다. 짐 오닐 골드만삭스자산운용 회장도 “미국 경제가 저성장기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미국 경제의 더딘 회복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비관론으로 돌아선 낙관론자들
CNBC는 재정정책의 불확실성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 중국 등 글로벌 경제 성장세 둔화를 미국 경제의 악재로 꼽았다. 이런 요인들 때문에 가계는 소비에 나서기를 주저하고, 기업들은 투자를 꺼리면서 미국 경제 회복 속도가 느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안 린젠 CRT캐피털 국채담당 수석전략가는 “1, 2차 양적완화와 다양한 경기부양책을 써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1~2% 수준에 그친다는 사실이 확인됐다”며 “이는 역사적으로 매우 느린 회복 속도로 미국 경제가 좀비처럼 느껴지는 이유”라고 분석했다.
잔디는 “미국 경제가 계속 걷고 있지만 어딘가에 도달할 만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고 표현했다. 이어 “미국 경제가 1~2%대의 낮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미국 경제에 대해 낙관론을 유지해온 오닐도 입장을 바꿨다. 그는 “최근 미국 제조업 및 고용 지표를 보면 미국 경제가 저성장 모드에 접어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어 “제조업 신규 주문이 크게 줄었기 때문에 골드만삭스가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또 한 번 낮출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미국의 6월 실업률은 연 8.2%로 41개월 연속 8%를 웃돌았다. 1948년 통계 집계를 시작한 이후 가장 오랫동안 8%대에 머문 것이다. 2분기 취업자 수 증가폭은 2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제조업 경기도 3년 만에 위축세로 돌아섰다.
◆오바마 재선가도 ‘빨간불’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자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가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실업률이 8%를 넘어선 상태에서 재선에 성공한 미국 현직 대통령은 없다. 대선 이전까지 고용지표 발표가 네 차례 남았지만 실업률이 8% 밑으로 떨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런 전망을 의식한 듯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오하이오주 선거 유세에서 “경제가 여전히 어려운 상황이지만 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지난 28개월간 44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겼다”고 강조했다.
7일 주례 라디오·인터넷 연설에서도 “불황을 겪으며 잃어버린 일자리를 되찾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래 세대를 위해 미국 경제의 틀을 근본적으로 다시 짜야 한다”며 “노동의 대가가 제대로 보상되는 경제, 열심히 일한 사람들이 더 잘 살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경제를 재건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