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와 SK 측과의 공방은 SI(시스템통합) 업체가 같은 그룹 내 계열사에 IT(정보기술)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가로 받는 ‘정상 인건비’의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가 핵심이다. 공정위는 SK 측 인건비가 다른 그룹들에 비해 과다 책정됐다며 과징금 규모를 산정했다.

예를 들어 SK텔레콤이 SK C&C에 지불한 인건비가 삼성전자가 삼성SDS에 지불한 인건비보다 높다는 것. 하지만 공정위 측은 “그렇다면 적정 인건비가 얼마냐”는 질문에 “정부가 정상가격을 제시할 수는 없다”고 말해 스스로 고무줄 잣대로 조사에 나섰음을 시인했다는 것이 SK 측 주장이다.

○과징금 산정 어떻게 했나

과징금 산정 방식도 지나치게 자의적이라는 불만이다. 공정위 심사관은 지난 4일 전원회의에 제출하는 심사보고서에서 과징금 부과규모를 677억원으로 써냈다. SK의 계열사들이 2008년부터 2012년 6월 말까지 SK C&C와 거래한 규모는 1조1902억원으로 이 중 인건비를 업계 ‘정상가격’보다 높여 책정해 지불한 금액이 1200억원가량이라는 것. 공정거래법상 과징금은 부당지원행위로 발생한 매출에 대해 최고 80%까지 때릴 수 있다.

따라서 처음에 요구한 677억원의 과징금은 부당지원규모의 56% 수준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전원회의는 △공정위 심사관이 SI업계의 인건비를 전수 조사하지 않은 점 △SK C&C가 인건비와 관련해 정부고시단가를 따랐다는 점 등을 감안해 과징금 규모를 절반 가까이 줄이는 결정을 내렸다.

실제 공정위 심사관 측은 국내 10개 SI업체가 제시한 몇몇 인건비 자료만을 참고했다. 대부분의 업체들이 영업비밀 침해 가능성 등을 이유로 전체 자료를 내지 않았기 때문이다.

처음에 제시했던 1200억원의 출처도 애매하긴 마찬가지다. 스스로 정상 인건비를 정할 수 없다고 한 공정위는 “부당지원금액을 정확하게 계산하지 못할 경우에는 전체 거래금액의 10%를 기준으로 한다”는 공정거래법상의 조항을 활용해 1200억원이라는 숫자를 끄집어냈다.


○정부 기준 지켜도 처벌?

정부고시단가를 인건비의 ‘정상가격’으로 볼지 여부도 공방의 또 다른 한 축이다. 정부고시단가는 정부가 공공부문 소프트웨어 사업의 예산 편성 기준을 정하기 위해 1997년부터 공지하기 시작했다. SK는 이 기준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을 뿐이라는 항변이다. SK텔레콤이 SK C&C에 제공한 인건비는 고시단가의 97% 수준이었다. 하지만 공정위는 다른 그룹 SI업체들이 정부 고시단가 대비 60~70% 수준에 인건비를 산정하고 있다는 점을 앞세워 SK계열사 간 거래의 부당성을 알리고 있다.

이에 대해 SK C&C 측은 계열사들로부터 인건비를 낮게 받으면 거꾸로 SK C&C가 SK 계열사들을 부당지원한 셈이 될 수도 있다고 주장한다. 인건비가 높으면 높은 대로, 낮으면 낮은 대로 공정위가 문제 삼을 수 있다는 것. SK 관계자는 “결국 어떻게 하더라도 공정위의 자의적인 잣대에 걸릴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서민경제와 물가안정을 외치고 있는 공정위가 내수분야의 사업비중이 높은 SK를 타깃으로 했다는 게 많은 임직원들의 정서”라고 말했다.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