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사로에 섰다' 태극궁사 가상현실 훈련
양궁대표팀, 강원 군부대에서 올림픽 최종 리허설

경기가 시작되기 전 지휘관은 장병들의 함성이 시원찮다고 다그쳤다.

"텐! 와∼. 에이트! 우∼. 대∼한민국 짝짝∼짝짝짝!"
경기가 시작되자 태극궁사들의 화살 한발한발에 우레 같은 함성이 터져 나오고 꽹과리, 징, 북이 신나게 울렸다.

3일 런던 올림픽 양궁 국가대표들의 최종 리허설이 열린 강원도 원주 제1군수지원 사령부 대운동장.
사로는 런던 올림픽 공식 양궁장인 로즈 크리켓 그라운드와 비슷하게 설치됐다.

과녁도 올림픽 로고까지 똑같이 제작했고 대형 전광판에는 공식 경기처럼 선수들의 얼굴과 과녁이 등장했다.

동원된 장병 700여명은 로즈 크리켓 그라운드의 관중석 배열과 같은 방식으로 사로 양쪽으로 나누어 앉아 환호와 야유에 열을 올렸다.

올림픽 대표인 남자부 오진혁, 임동현, 김법민, 여자부 최현주, 이성진, 기보배가 이런 가상현실에서 국내 우수 실업팀 선수들과 맞붙었다.

최종 리허설은 오는 27일 개막하는 올림픽에서 선수들이 위축되지 않게 하려고 기획됐다.

선수들은 심리적인 압박이 있을 때 평정심을 되찾아 경기를 풀어가는 방식을 찾으려 노력했다.

장병들의 응원을 들으며 5천400명이 운집할 로즈 크리켓 그라운드에서 갖게 될지 모르는 두려움에 미리 적응해보려고 애를 썼다.

대형 전광판에 자기 얼굴이 나오더라도 전혀 어색한 느낌이 들지 않도록 마음을 다잡는 모습도 역력했다.

남자 대표팀은 안정적으로 경기했으나 여자 대표팀은 자세가 흐트러지면서 5점짜리 실수발을 내는 등 보완점을 재확인하기도 했다.

대표팀 코치진은 훈련의 성과가 분명히 나타날 것이라고 자신했고 선수들도 유익한 훈련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주장 오진혁은 "공식 경기장에는 첫발을 디딜 때부터 어깨를 짓누르는 느낌이 온다"며 "시위를 당길 때 5천명의 시선이 나 하나에 집중되기 때문에 그 중압감을 어떻게 이겨낼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익한 훈련이었다"며 "경기 중에 실수가 나왔을 때 흔들리지 않고 점수 차를 만회할 수 있도록 정신을 차리는 데 집중했다"고 덧붙였다.

기보배는 "군인들의 응원에 긴장하면서 도움이 많이 됐다"며 "남은 기간 보완할 점을 보완하고 선수들끼리 대화를 통해 팀워크를 키워갈 것"이라고 말했다.

장영술 총감독은 "올림픽에서 선수가 소개된 뒤 첫 발을 쏘고 안정감을 찾을 때까지가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순간"이라며 심리 훈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장 감독은 올림픽까지 남은 20여일 동안 선수 각자에게 가장 적절한 기술 하나를 중점적으로 몸에 익히는 훈련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기술이 세계 최고 수준인 한국 양궁 대표팀은 조금이라도 경기력을 끌어올릴 수 있는 훈련이 있다면 무조건 시도한다는 자세로 각종 이색훈련을 소화하고 있다.

소음을 극복하기 위해 야구장이나 경륜장 훈련, 자신을 되돌아 보는 최전방 철책근무, 끈기를 키우는 해병대 훈련, 담력을 시험하는 번지점프, 언론 접촉에서 오는 어색함을 덜기 위한 경기중 기자회견 등이 그 사례다.

한국의 양궁 선수들이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대회를 앞두고 치르는 이런 훈련 프로그램은 다른 국가들이 선진 훈련법으로 보고 모방하고 있다.

(원주연합뉴스) 장재은 기자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