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을 구입하거나 전셋집을 구할 때, 혹은 급전이 필요할 때면 금융회사 대출을 떠올리게 마련이다. 특히 큰 돈이 필요할 때일수록 대출 필요성이 커진다. 하지만 대출도 현명하게 받아야 한다. 예컨대 높은 금리의 고정금리로 주택담보대출을 받은 경우 금리가 급격히 낮아지게 되면 과도한 금리 부담을 지게 된다. 반대로 변동금리로 대출한 뒤 갑작스러운 경제 충격으로 금리가 대폭 상승하면 그 충격을 감당하기는 쉽지 않다.

대출을 받을 때는 목적에 알맞은 대출 상품이 어떤 게 있는지 알아 본 후 금리와 상환 방법 등이 본인에게 유리한 것을 골라야 한다. 대출금액은 소득이나 생활비 등을 고려해 충분히 갚을 수 있는 범위 안에서 결정해야 한다.

◆담보대출, 금리변동·상환방법 신중히

담보를 맡기고 은행에서 대출 받을 경우 신용대출에 비해 금리를 다소 낮게 적용받을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주택구입 과정에서 흔히 쓰이는 주택담보대출이다. 종전에는 주택담보대출이라면 만기 일시상환 형태가 대부분이었다. 예컨대 3년간 돈을 빌리고 이자만 내다가 3년 후에 원금을 갚는 식이었다. 3년 뒤 집값이 오르면 집을 팔아서 다시 갚을 수 있다고 생각한 이들이 이런 방식을 선호했다.

하지만 시장이 달라졌다. 작년 6월 정부가 내놓은 ‘가계부채 종합대책’이 계기였다. 정부는 이 대책에 2016년까지 만기 일시상환·변동금리 위주 대출 시장을 원금 분할상환·고정금리 위주 시장으로 바꾸는 내용을 담았다.

대출자 입장에선 이자뿐 아니라 원금 상환 부담을 함께 지기 때문에 신중하게 대출을 신청해야 한다. 자칫하면 원리금 상환 부담에 짓눌려 돈을 제때 갚지 못하는 연체가 일어날 수 있어서다. 주택가격 상승세도 크게 둔화됐기 때문에 전처럼 돈을 빌려 무리한 부동산 투자에 나서지 못하는 환경이 조성된 셈이다.

금리면에서도 변동금리 위주였던 시장이 고정금리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종전에는 3개월 만기 양도성 예금증서(CD) 금리에 연동된 변동금리를 많이 썼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금리가 갑자기 큰 폭으로 오르는 경우가 많아지자 정부 차원에서 고정금리 대출 비중을 높이기로 결정했다. 고정금리는 금리 변동 리스크를 은행이 부담한다. 완전 고정금리 방식도 있지만 초기 3~5년은 고정금리, 이후엔 변동금리 방식의 혼합형 금리 상품도 많다.

고정금리와 변동금리 중 어느 쪽이 유리한지는 정해진 것이 아니다. 앞으로 금리가 오를 것이라고 생각될 때는 고정금리가, 내릴 것이라고 생각되면 변동금리가 소비자에게 유리한 선택이다. 은행권 금리를 평균해서 만든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금리에 연동하는 식으로 변동성을 크게 낮춘 변동금리도 있다.

코픽스의 경우 6개월마다 금리가 바뀌는 경우와 12개월마다 금리가 바뀌는 경우가 있고, 잔액기준 코픽스와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가 있어 총 4가지 경우의 수가 발생한다. 금리 상승이 예상되거나 변동성을 낮추려면 12개월 기준·잔액기준, 금리 하락이 예상될 경우에는 6개월 기준·신규취급액 기준을 선택하는 것이 낫다.

◆직장인 신용대출, 회사 거래은행부터 타진

담보가치가 곧 ‘능력’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담보대출과 달리 신용대출을 받으려면 좀 더 복잡한 방법을 통해 자신의 능력을 금융회사에 어필해야 한다. 공무원이나 우량기업 임직원, 전문직 종사자들이 좀 더 신용대출을 받기가 유리하다.

직장인이 신용대출을 받을 경우 자신이 다니는 회사와 거래가 많은 금융회사를 찾아가는 것이 좋다. 해당 금융회사에서 우량기업으로 선정돼 임직원 우대 혜택이 있다면 웬만한 담보대출이나 그보다 약간 높은 금리에 대출 받을 가능성이 있다. 그렇지 않더라도 거래가 많은 금융사라면 회사 속사정을 잘 알고 네트워크가 단단하기 때문에 좀 더 쉽게, 좋은 조건으로 대출을 받을 여지가 있다.

신용대출을 받으려면 금융사 직원과 상담한 뒤 신청서를 제출하는데, 금융회사는 이 정보를 갖고 신용평점시스템에 입력해 평점을 낸 뒤 대출 가능금액을 알려주게 된다. 소득, 보유자산, 직장, 근무기간, 연체이력 등의 정보가 활용되기 때문에 평소에 이런 조건을 잘 관리한다면 유리한 조건으로 돈을 빌릴 수 있다. 만약 소득 자산 직장 등 기본 정보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할 것 같은 경우라도 대출을 잘 갚을 수 있는 다른 조건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알려서 반영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예컨대 현재 직장의 연봉은 높지 않지만 조만간 이직이 예정돼 있다거나 하는 경우가 해당될 수 있다.

신용등급은 신용평가회사와 금융회사에서 산정하는데 18세 이상 개인을 대상으로 신용거래 형태, 거래 금액, 거래 기간, 연체 이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10단계로 구분한다. 신용등급이 6등급 이하로 떨어지게 되면 은행권 신용대출을 받는 것은 아무래도 어렵다. 이 경우 저축은행 대부업체 등 제2금융권 문을 두드리게 된다. 하지만 금리가 은행보다 두 배 이상 높은 경우가 많고 한 번 이용하면 다시 1금융권 대출을 이용하기가 어려워지는 경우가 있으므로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

정부는 조만간 은행에서 연 10%대 금리의 저소득·저신용층 대상 대출 상품을 내놓도록 독려하고 있다. 은행에서 연 10%대 미만 대출을 받지 못하면 곧바로 2금융권에서 연 20~30%대 대출을 받아야 하는 ‘금리 단층’ 구조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자금이 급하지 않다면 두세 달가량 기다려 새로 나오는 상품을 신청해 볼 수 있다. 아울러 미소금융 햇살론 등 정부의 서민금융 제도를 적극 활용하는 것도 좋다. 서민금융 제도를 이용할 수 있는지를 알아보려면 서민금융나들목(http://www.hopenet.or.kr) 등에서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 어쩔 수 없이 2금융권 대출을 이용한다면 돈이 생겼을 때 만기가 아직 안 왔더라도 일단 빨리 갚는 것이 바람직하다. 카드 현금서비스도 마찬가지다.

◆금리인하 적극 요구

대출을 일단 받았더라도 금리가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움직인다거나, 본인의 상황에 변화가 생겨 금리 조정 여지가 생길 경우 적극적으로 대출 금융회사와 상담을 통해 조건을 바꿀 수 있다.

대부분의 은행은 우수한 고객에게 금리를 낮춰준다. 거래 실적이 많거나, 규모가 크거나 할 경우에는 지점장과의 면담 등을 통해 금리 인하를 요구해 보는 것이 좋다. 또 대출자가 승진을 하거나 더 좋은 직장으로 옮겨서 연봉 등이 오르게 된 경우에도 금리 인하 여지가 있으므로 참고하도록 하자. 만약 지나치게 높은 금리의 고정금리 대출을 쓰고 있는데 금리가 대폭 인하됐다면 중도상환 수수료를 내고라도 갈아타는 것이 이익일 수 있다.

2금융권에서 고금리 대출을 쓰고 있을 경우 은행 대출로 이를 전환하는 방식으로 채무 조정효과를 노릴 수도 있다. 자산관리공사(캠코)가 운영하는 ‘바꿔드림론’이 대표적이다. 전국 16개 은행에서 바꿔드림론을 취급하는데 캠코가 운영하는 신용회복기금에서 보증을 서서 2금융권 대출을 1금융권 대출(은행대출)로 바꿔줘서 고금리 이자부담을 줄여주는 제도다.

다만 바꿔드림론을 이용하기 위해선 조건이 있다. 신용등급 6~10등급, 연소득 4000만원 이하, 채무를 정상적으로 상환하고 있는 경우다. 연소득 2600만원 이하는 신용등급에 상관없이 신청 가능하다. 연 20% 초과 고금리 대출을 6개월 이상 이용한 경우 원금 기준 1인당 3000만원까지 대출 갈아타기를 할 수 있다.

정원기 <하나은행 강남 PB센터 지점장 wkchung@hanaf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