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감정원은 지난 1월30일 경기 용인 현대인재개발원에서 ‘2012년 전략 경영 워크숍’을 열었다. 조직과 인사 운영체계, 업무과정 등의 개선을 위해 140여명의 임직원이 변화와 개혁의 의지를 다졌다. 워크숍에서는 43년간 한번도 건드리지 않았던 감정평가사(200여명)와 비평가사(550여명)의 처우 등 불평등 문제도 제기됐다.

○소통 확대와 구조개혁 동시 추진

권진봉 원장은 “그동안 불합리했던 승진·임금 등 모든 부분을 투명하게 고쳐나가겠다”며 “‘제2의 창업’ 원년인 올해 명실상부한 ‘국내 유일의 부동산 가격 조사·통계기관’으로 자리매김하겠다”고 강조했다. 감정원은 2월과 3월에도 ‘소통과 화합을 위한 전직원 워크숍’을 열고 종합근무평가제 개선, 성과중심 보수체제 마련, 상시 조사체계 확립 등 현안에 대해 머리를 맞댔다.

공공기관의 혁신을 언급할 때 감정원을 빼놓을 수 없다. 최근 발표된 ‘2011년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결과 기관 및 기관장부문에서 각각 A를 받았다. 109개 공공기관 중 A를 받은 기관은 18개에 그쳤다. 지난해에는 국가생산성 대상, 대한민국 데이터베이스 품질대상 등 공공기관 부문의 내로라하는 상들을 휩쓸었다. 42년간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한 수상식에서 한 번도 단상에 오르지 못한 감정원이 달라졌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을 방증하는 사례들이다.

지난해 취임한 권 원장은 감정원 조직에 강한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지난해 상반기 실·처장을 보직 해임하고 강도 높은 조직개편과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직원들이 업무성과 향상에 애정을 쏟고 회사에 대한 충성심을 기르기 위한 조치였다.


○신사업 영역 속속 진출

지난해 하반기에는 ‘사적 기능은 민간에 이양하고 공적 기능은 강화한다’는 목표 아래 조직 정체성 확립과 미래 방향성 제시에 몰두했다.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세우고 정확하게 세금을 징수하는 데 기여하는 게 감정원 본연의 업무였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국회와 국토해양부, 감정평가업계를 오가며 감정원의 주된 수입원이었던 감정평가시장을 민간에 넘기고 부동산 조사·통계 등 국가의 주요 부동산 정책을 맡는 작업을 도맡았다. 모든 것은 기득권과의 싸움이었지만 대화와 설득으로 한 걸음씩 나아갔다.

감정원의 경영혁신은 지금도 진행형이다. 직원 간 해묵은 갈등과 승진 문제 등 차별적 요소를 없애는 작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내년부터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를 맡게 돼 최근 주택동향부를 만드는 등 조직도 재정비했다. 시중은행의 담보대출에 활용될 ‘동산시가조사표’를 만드는 등 부동산 통계 담당 공기관으로 전문성을 키우는 작업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공기업 선진화 방안에 따라 공기업의 역할이 축소되거나 민영화되는 추세 속에 감정원만은 오히려 공기관의 역할과 기능이 강화되고 있는 게 이채롭다. 감정원은 지난해 서울 삼성동 사옥을 판 데 이어 내년 6월께 대구 혁신도시로 옮겨간다. 이전에 앞서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사명에 ‘감정’이라는 핵심 키워드를 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권 원장은 “한국부동산원 등 감정이라는 단어를 뺀 이름을 검토 중”이라며 “국민들께 더 친숙하게 다가가고 부동산 통계의 신뢰감을 주기 위해 제로 베이스에서 모든 것을 바꾸고 있다”고 말했다.

김진수 기자 tru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