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상승 노릴 듯…3일 핵협상 실무협의 '주목'

유럽연합(EU)의 이란산 원유 금수조치를 비롯한 대(對)이란 추가제재가 1일 발효했다.

특히 유럽 역내 보험사·재보험사의 이란산 원유 수송 선박에 대한 보험 제공까지 금지되면서 이란의 원유 수출이 큰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실제 아시아의 주요 수입국인 한국은 이란산 원유 수입을 지속하기 위한 방법을 검토 중이라고 하면서도 원유 도입을 사실상 전면 중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이란의 원유 수출량이 이미 지난 6개월간 40%나 줄어 하루 평균 150만 배럴에 불과하다고 분석했다.

이란은 아직 하루 210만∼220만 배럴의 수출을 유지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란 내부에서도 1∼2개월 새 20∼30% 정도 감축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특히 원유 수출은 이란 정부 수입의 90%, 외화 수입의 80%를 각각 차지해 이란이 EU 추가제재의 고통을 감당하기는 만만치 않아 보인다.

알자지라는 이날 EU 추가제재의 발효로 이란 리알화 가치가 급락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란은 짐짓 의연한 모습이다.

마흐무드 바흐마니 이란 중앙은행 총재는 "외환 보유고가 충분하다"면서 서방의 적대정책에 맞설 것이라고 말했다고 반관영 메흐르 뉴스통신이 보도했다.

로스탐 카세미 석유장관도 "제재가 큰 효과가 없을 것"이라면서 "원유 수출의 18%를 차지하던 유럽을 대체할 국가를 찾기는 어렵지 않다"고 말했다고 반관영 뉴스통신 ISNA를 인용해 AFP 통신이 전했다.

그러면서도 이란은 전날 유가 하락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석유수출국기구(OPEC) 긴급회의를 사무총장 측에 요청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하는 모양새다.

아울러 이란이 서방의 제재에 맞서 유가 상승 등을 노린 다양한 `저강도 무력시위'를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호르무즈 해협 긴장 고조, 걸프 산유국 원유 생산 시스템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 핵개발에서 새로운 진전 사실 공표 등의 시위가 가능하다고 중동 현지 일간지 더내셔널이 보도했다.

미국 워싱턴의 이란 전문가 트리타 파르시는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 사고를 가장해 자국 선박을 폭파시킬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무력충돌로 발전할 가능성은 작지만 유가에 얼마든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란이 최근 호르무즈 해협의 자국 선박에 단거리 미사일 탑재 방침과 카스피해에 잠수함을 파견할 계획을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된다.

또 최정예 이란혁명수비대 지상군은 2일부터 시작되는 훈련에서 단거리·중거리·장거리 미사일을 시험발사한다고 국영 뉴스통신 IRNA가 보도했다.

다만, 이란이 작년 말과 올해 초 경고한 대로 호르무즈 해협을 실제 봉쇄할 가능성은 작다는 게 지배적인 분석이다.

세계 원유 운송의 17%를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에는 서방은 물론 걸프 지역 산유국들의 사활적 이해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이란이 실제 해협을 봉쇄한다면 스스로 고립을 심화하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또 걸프 원유 수송로의 안전을 최우선적인 국익의 하나로 고려하는 미국이 군사적 보복 조치에 나서 전면적인 전쟁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크다.

이는 이란은 물론 미국을 비롯한 서방으로서도 가능한 한 피해야 할 시나리오다.

이에 따라 이란과 서방이 당분간 `기싸움'을 지속하면서도 갈등 관리와 핵 문제 해법 도출을 위한 노력을 병행할 것이라는 전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5개 상임이사국과 독일, 즉 소위 `P5+1'과 이란이 3일 터키 이스탄불에서 핵협상 실무협의를 하는 것도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두바이연합뉴스) 유현민 특파원 hyunmin623@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