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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over Story] "모든 생명은 스스로 진화…창조론은 비과학적 허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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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조새의 '두 날개'…창조일까 진화일까

    1831년 12월. 영국 남부 플리머스의 데번포트 해군기지에서는 길이 27.5m, 배수량 230의 소형 범선 비글호가 출항했다. 비글호의 항해 목적은 향후 2년간 남미와 남태평양섬 인근을 측량하는 것이었다. 이 배에는 로버츠 피츠로이 선장의 말동무 역할로 케임브리지 대학을 갓 졸업한 22세의 찰스 다윈이 탑승했다. 다윈은 이 항해를 계기로 생명의 진화에 대한 학설을 세우고, 1859년 《종의 기원》이라는 이름의 책을 발표한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영국 유력 일간지 ‘더 타임스’는 출간 즉시 다윈의 책에 대해 우호적인 서평을 게재했다. 그리고 출간 당일 초판 1250부가 매진됐다. 기독교 계열의 반발이 격렬했지만, 진화론은 빠르게 수용되었다. 무엇보다 당시 발전하고 있던 지질학과 생물학에서 이를 뒷받침하는 이론이 속속 개발됐기 때문이다. 진화론은 현재 생물종(種)의 발달을 설명하는 정설로 자리잡았다.

    [Cover Story] "모든 생명은 스스로 진화…창조론은 비과학적 허구"

    #진화는 자연에 대한 적응 결과


    현대 진화론은 크게 4가지 논리로 구성돼 있다. ①진화는 일어난다. 현재 존재하는 생물종들은 과거에 살았던 다른 종의 후손이다. ②진화적 변화는 수천년 혹은 수백만년에 걸친 개체군의 점진적인 유전적 변화를 통해 일어난다. ③생명의 새로운 형태는 하나의 계통이 두 개로 갈라지면서 생긴다. 이를 분화라고 한다. 뿌리는 최초에 생긴 종이고 여기서 뻗어나온 가지들이 수백만에 달하는 현생 종이다. 이를 ‘생명의 나무(tree of life)’라 한다. ④진화는 대부분 자연선택을 통해 일어난다. 현재 환경에 더 잘맞는 유전자를 지닌 개체가 더 많은 자손을 남기고, 이로 인해 시간이 흐르면서 개체군에 유전적 변화가 일어난다. 이 변화는 그 생물의 환경에 대한 적응도를 향상시킨다.

    여기서 핵심이 되는 것은 자연선택(natural selection)이다. 자연선택은 모든 생명체가 실제로 살아남는 것보다 더 많은 자손을 낳고, 이 자손들의 형질이 각기 다르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때문에 환경에 더 적합한 개체가 살아남게 되고, 살아남은 생명체의 형질이 유전을 통해 자손에게 전달된다는 것이다. 다윈이 진화론을 가다듬은 갈라파고스 군도에서 서식하는 갈라파고스 핀치(되새)는 자연선택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갈라파고스 핀치는 40여종으로 종마다 식물의 씨앗, 꿀, 벌레 등 각기 다른 먹이를 주식으로 하며 여기에 적합한 형태를 갖고 있다. 이들 핀치는 원래 같은 뿌리에서 나왔지만 각 섬에 적합한 돌연변이들이 살아남으면서 서로 다른 종으로 분화했다는 설명이다.

    #유전자는 이기적이다?

    자연선택의 결과가 후대로 전해지는 핵심적인 경로는 유전이다. 미국 생물학자 토머스 모건은 초파리를 반복해 교배하는 실험을 통해 1910년 노란색 눈을 갖는 변종 초파리를 얻는 데 성공했다. 이후 계속되는 교배 실험을 통해 모건은 돌연변이가 축적돼 새로운 종을 탄생시키는 과정을 유전학을 이용해 설명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생물학자들은 유전자 분석을 통해 인접한 생물종이 상당수의 유전자를 공유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인간과 침팬지의 경우 99% 정도 유전자가 일치한다. 이는 인간과 침팬지가 조상격인 생물종에서 분화되었음을 시사한다.

    영국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이기적 유전자》라는 책에서 “유기체는 유전자의 생존 기계이며 운반자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도킨스에 따르면 생물종의 행동들 각각은 유전자를 많이 퍼뜨릴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수행한다. 심지어 인간의 상호 호혜성이나 감정들도 진화 과정을 통해 살아남은 유전자가 갖고 있는 특징으로 풀이할 수 있다. 이런 주장은 ‘인간의 행동 각각을 진화라는 틀로 바라볼 수 있는가’라는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 "진화는 진보아닌 다양성의 증가"

    스티브 제이 굴드는 “진화는 구조적인 복잡성이나 이질성의 증가에 의해 규정되는 추상적인 진보의 이념이 아니다”고 설명한다. 굴드는 이에 대해 “진화는 다양성의 증가”라고 덧붙였다. 진화는 생물종이 환경에 적합한 방향으로 변화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특정한 방향성을 전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현재 가장 다양한 생물종은 박테리아다. 인간을 포함한 영장류는 100여종밖에 되지 않는다.

    흔히 ‘생물종의 최정점’이라고 이야기되는 인간이 아니라 박테리아가 가장 성공적인 진화상을 보여준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진화론은 단순한 과학 이론이 아니라 인간 중심적이고 추상적인 가치관을 완전히 뒤집는 인식론적 전환이기도 하다. 다른 과학과 달리 유독 진화론을 둘러싼 갈등이 첨예한 이유인 셈이다.

    조귀동 한국경제신문 기자 claymore@hankyung.com

    *참고 자료: 리처드 도킨슨 외 《왜 종교는 과학이 되려 하는가》, 에드워드 J. 리슨《진화의 역사》등


    < 논술 포인트 >

    진화론이 인류 문명보다 더 긴 기간에 걸쳐 나타나는 생물종의 변화를 연구 대상으로 삼으면서도 과학으로 인정받는 근거를 생각해 봅시다. 19세기 진화론이 당시 세계관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지 알아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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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적 설계론은 과학이라고 할 수 없다"

    진화론이 보는 창조론

    2005년 미국 연방 법원은 창조론의 한 갈래인 지적설계론을 교육 과정에 집어넣기로 한 펜실베이니아주 도버시 교육위원회의 결정이 잘못됐다고 판결했다.

    조지 존스 판사는 판결문에서 “지적설계 논증이 설령 사실이라 할지라도 지적 설계는 과학이 아니다”고 명시했다. 이 판결문은 창조론을 반박하는 논거로 즐겨 인용된다.

    당시 재판부가 지적설계론을 과학이 아니라고 판단한 근거는 세 가지다. 먼저 “초자연적인 인과관계를 끌어들여 과학의 수백 년 된 기본 법칙들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지적설계론은 현재 생명체의 복잡성을 고려했을 때 어떤 지적인 존재가 이를 창조해낸 것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다양한 생명체들이 처음에 어떻게 시작되었는지에 대한 자연적인 설명은 없다. 따라서 초자연적인 존재를 가정한다.

    두 번째는 ‘환원불가능한 복잡성’이라는 지적설계론의 논거가 부적합하다는 것이다. 지적설계론은 눈과 시신경을 논거로 즐겨 사용한다. 눈 같이 정교하고 복잡한 구조가 자연선택의 결과 ‘우연히’ 등장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과학계는 눈의 원초적인 형태가 등장하는 과정을 설명하는 충분한 사례들이 존재한다고 반박한다. 또 시신경이 인식할 수 없는 부분인 맹점(盲點) 같은 ‘결함’들을 반박사례로 들고 있다. 존스 판사는 또 과학계에 의해 지적설계론이 충분히 반박되었다고 봤다.

    지적설계론을 주장한 연구 가운데 과학계의 전통적인 검증과정인 동료 평가(같은 분야 전문가에 의해 심사받는 것)를 받은 것은 하나도 없다. 과학계의 검증이나 연구의 대상이 된 적이 없으며, 지적설계론 진영에서도 이를 제대로 시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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