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질이 40억달러를 풀어 정부구매를 대폭 늘리는 등 올 들어 세 번째 경기부양책을 발표했다. 연초 두 번에 걸쳐 감세조치를 내놨는데 이번엔 재정을 직접 투입키로 한 것이다. 브라질 경제성장률은 2010년 7.5%에서 올 1분기 0.8%로 수직낙하했다. BRICs의 다른 한 축인 인도 경제도 요동치고 있다. 지난 1분기 성장률은 9년 만의 최저 수준인 5.3%에 그쳤다. 국제신용평가사인 S&P는 이달 초 인도 국채에 투기등급을 매길 수도 있음을 경고했다. 중국은 수출부진으로 바오바(保八·8%대 성장률유지)에 실패할 것이란 전망이 대세다. 러시아 역시 자원수출에 의존하는 ‘채굴경제’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한때 잘나가던 브릭스경제의 추락은 물론 유럽 재정위기가 직접적인 원인이다. 여기에 더해 자체적인 반(反)시장·보호주의 정책이 결정타를 날렸다. 예컨대 인도 의회는 지난달 대법원에서 영국 보다폰의 승리로 끝난 조세불복 사건에 대해 비상식적인 소급입법까지 동원, 세금과 벌금으로 4조2000억원을 다시 부과했다. 올초엔 외국 소매점에 시장을 개방키로 했다가 반대 여론에 밀려 한 달 만에 철회했다. 결국 작년 외국인 투자가 전년(300억달러)의 절반인 160억달러에 그치는 등 부작용이 나타났다.

브라질은 보호주의의 역풍을 맞고 있다. 유럽재정위기로 원자재 수출이 급감했다. 수출의 47%를 차지하는 원자재다. 철광석 수출은 올 들어 5월 말까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9%나 감소, 10년 만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브라질 통화 당국은 작년 8월 이후 무려 7차례에 걸쳐 금리를 연 8.5%로 끌어내리는 비상수단을 썼지만 월 평균 소비 증가율은 6%로 전년(11.0%)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급기야 수입차에 30%의 관세를 물리고,외국자본에는 금융거래세를 부과했다. 그러나 보호주의는 해외자본 이탈을 가속화해 경제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브릭스 경제의 추락은 전 세계에 안전지대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반(反)시장· 보호주의적 반칙은 더욱이 사태를 악화시킬 뿐이다. 그래도 잘 버틴다는 평을 듣는 한국경제다. 그러나 조금만 방심해도 브릭스꼴 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