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자동차업체 피아트는 미라피오리에 있는 공장 문을 매주 월요일 열었다가 목요일이면 가동을 멈춘다. 유럽 경기침체로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공장을 ‘유령의 집’이라고 표현했다. 미국 포드자동차도 필리핀 생산라인을 연말께 폐쇄하기로 했다.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이 잇따라 감산이나 공장 폐쇄에 나서고 있다. 유럽에서 시작된 불황이 수요 감소로 이어져 완성차업체뿐 아니라 부품업체까지 유탄을 맞고 있다. 자동차 산업 위축은 소비재 산업에까지 악영향을 미치고 있어 제조업 위기가 전방위로 확산되는 양상이다.

◆문 닫는 자동차 공장

인도 자동차업체들이 잇따라 공장 가동을 멈추고 있다고 WSJ가 2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인도 최대 자동차업체인 타타자동차는 28일부터 사흘간 잠셰드푸르 공장 가동을 중단한다.

GM 인도법인도 이번 주 중 하루를 정해 할롤과 탈레가온 공장의 문을 닫겠다고 발표했다. 피아트 인도법인 역시 공장 가동 중단을 검토하기 위해 재고량을 살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판매처인 유럽의 수요가 줄어든 탓이다. 유럽의 자동차 판매는 8개월 연속 감소세다.

유럽에 있는 자동차업체들도 마찬가지다. GM은 최근 자회사 독일 오펠 공장을 2016년까지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 독일에 있는 자동차 공장이 문을 닫는 것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처음이다. 카를 프리드리히 슈트라케 오펠 최고경영자(CEO)는 “2012년 전 세계 자동차 시장 규모가 최근 5년 평균보다 20% 감소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생산량을 대폭 줄이는 공장도 많다. 르노의 디에프공장 가동률은 9%, 피아트의 미라피오리 공장 가동률은 31%에 불과하다. 르노 관계자는 “노조의 반대 때문에 공장 폐쇄 대신 가동률을 줄이고 있지만 회사로선 손실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세르조 마르키온네 피아트 CEO는 “유로 위기가 계속 이어지면 자동차 시장이 빠른 시일 내 회복되긴 어려울 것”이라며 “과잉생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감산과 공장 폐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조업 위축 전방위 확산

자동차 부품 협력업체들도 잇따라 생산을 중단하거나 생산량을 줄이는 고육책을 쓰고 있다. 글로벌 자동차업체들이 감산에 들어가면서 부품을 팔 곳이 없어진 것이다.

타이어 생산업체 브리지스톤은 올 상반기에 생산량을 약 20% 줄인 데 이어 하반기에도 감산체제를 이어갈 예정이다.

인도 자이푸르와 벵갈루루에서 자동차 부품을 만드는 보쉬는 28일부터 30일까지 조업을 중단키로 했다. GM, 스즈키 등 인도 현지 자동차 공장에서 수요가 줄어 재고가 누적됐기 때문이다. 인도 자동차부품생산자협회(ACMA) 관계자는 “당분간 인도 내 부품 생산 감소는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덴마크 풍력발전기업체 베스타스도 중국에서 운영 중인 풍력발전기공장 3곳 중 1곳을 폐업하고 직원 350명을 구조조정할 예정이다. 중국의 제조업 위축으로 에너지 수요가 줄었기 때문이다.

고은이/임기훈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