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 올림픽 개막이 채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이에 유럽 재정위기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증시에 올림픽이 일부 모멘텀으로 작용할 수 있을 지 관심이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내달 27일 개막하는 런던 올림픽 수혜가 실적에 긍정적인 영향이 나타나는 극히 일부 종목에 국한될 가능성이 높고, 증시가 유럽 재정위기 영향권에 갇힌 상황임을 고려할 때 면밀한 옥석가리기 투자가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29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런던 올림픽 관련주로는 제일기획 등 광고대행사와 방송사 SBS, 인터넷 포털업체인 NHN다음, 런던 올림픽 공식 게임에 대한 글로벌 라이선스를 확보한 네오위즈인터넷 등이 꼽히고 있다.

제일기획은 올림픽 공식 스폰서인 삼성전자를 고객사로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마케팅비 증가에 따른 실적 성장 효과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한승호 신영증권 연구원은 "최대 광고주인 삼성전자의 스마트폰 '갤럭시 S3' 등 잇따른 신제품 출시와 런던 올림픽 홍보 등으로 광고 물량이 급증, 제일기획의 하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49% 급증한 3185억원을 기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제일기획을 제외하면 관련주로 분류되는 종목들의 대다수는 올림픽의 실적 영향이 미미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인터넷·미디어·게임 업종을 담당하는 최찬석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올림픽 관련주로 분류되는 종목군 중 가시적인 실적 효과가 나타날 수 있는 종목은 제일기획이 거의 유일하다"고 진단했다.

SBS의 경우 올림픽 독점 중계권을 보유하고 있지만 제작 및 판권비용을 감안하면 실적 효과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올림픽에 따른 광고주들의 광고비 집행 증가만큼 정규 프로그램이 감소하고 중계권료 및 제작비 증가가 수반되기 때문에 이익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기 때문이다. 대신증권에 따르면 2010년 월드컵 당시 SBS의 광고, 협찬 및 사업수익은 약 800억원으로 중계권료 및 제작비 합산 규모인 800억원을 충당하는데 그쳤다.

NHN, 다음 등 인터넷 포털주들 역시 실적 수혜가 크지 않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아울러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정보기술(IT)주들도 스포츠 행사 시청을 위한 TV와 휴대폰 등 전자제품 구매 증가 기대에 초점을 맞춰 매수에 나서기는 쉽지 않은 시점이라는 데 전문가들은 무게를 두고 있다.

또한 올림픽 관련주들의 경우 그동안 관련 기대가 주가에 선반영, 최근 조정장에서 선전한 측면이 있지만 올림픽 종료 이후까지의 강세를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도 나왔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SBS와 SBS미디어홀딩스 주가가 최근 상대적으로 선전했는데 런던 올림픽 관련 기대가 선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며 "올림픽 등 이벤트는 통상 기대가 증시에 선반영된 후 이벤트 이후 노출 효과로 주가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 베이징 올림픽 기간(2008년 8월 8~24일) 제일기획을 비롯한 GⅡR 오리콤 휘닉스컴 등 광고대행사와 삼성전자 LG전자 SBS SBS미디어홀딩스 SBS콘텐츠허브 NHN 다음 등 관련주 수익률 평균치는 -1.68%를 기록해 코스피지수 수익률(-3.80%)을 웃돌았다. 그러나 관련주들은 올림픽 종료 이후 2주간은 평균 -5.35%의 수익률을 내 시장 평균치(-4.60%)를 하회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이달 27일까지 SBS미디어홀딩스(32.3%) SBS(5.1%)와 광고대행사 오리콤(2.5%) 다음(0.8%)은 시장수익률(-8.3%)을 웃도는 수익을 거뒀다.

증권가에선 올림픽 관련주 투자전략 수립 시 유럽 재정위기 부담이 증시를 옥죄고 있는 만큼, 이에 따른 변동성 장세를 투자판단에 우선시할 것을 권했다.

곽병열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에는 중국 경기 부양과 연계해 중국 관련주가 부각될 수 있었지만 런던 올림픽의 경우 투자 등이 상대적으로 한정돼 있다"며 "막연한 기대보다는 실제로 실적 개선과 연계될 지에 대한 면밀한 점검이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한경닷컴 오정민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