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이른 더위에 연일 낮기온이 30도를 웃돌고 있지만 증권사들은 한파를 맞고 있다.

유럽 재정위기와 글로벌 경기 침체 우려로 주가가 급락하면서 증권사들이 실적 부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의 구조조정이 더욱 앞당겨질 전망이다.

28일 KTB투자증권은 한국금융지주, 키움증권, 우리투자증권, 현대증권, 삼성증권, 대우증권, 미래에셋증권, 동양증권 등 커버하고 있는 8개 증권사들의 1분기 순이익 전망치를 1610억원으로 기존 전망치보다 51.65% 하향조정했다.

이는 8개 증권사 순이익 추정치 컨센서스 3787억원의 42.51%로,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가장 큰 폭으로 순이익 추정치를 변경한 증권사는 현대증권이다.

KTB투자증권은 현대증권의 순이익 예상치를 기존 393억원에서 38억원으로 90.4%나 내려잡았다. 우리투자증권은 63.0%, 동양증권은 60.7%, 키움증권은 55.5%, 삼성증권과 KDB대우증권도 각각 47.3%와 46.7% 하향했다.

이는 1분기 들어 일평균 거래대금이 6조3500억원 수준으로 전분기보다 25.72%나 줄었고 금융상품 판매 부진 지속됐으며 주식시장 변동성 확대에 따른 트레이딩 손익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상당수의 증권사들이 얼어붙은 주식 투자심리에 순이익이 크게 감소했다. 특히 브로커리지에 중점을 두고 지점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증권사의 경� 더욱 타격을 입었다.

대우증권은 2011회계년도 당기순이익이 2133억원으로 전년 대비 20% 가까이 감소했으며, 삼성증권과 현대증권은 각각 1346억원, 1463억원으로 전년보다 40% 이상 급감했다.

이같은 부진이 이어지면서 대부분의 증권사 지점들이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한 대형 증권사 임원은 "그나마 랩이나 펀드에 비해 마진이 낮은 ELS나 소액채권만 판매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주식시장, 특히 코스닥 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으면서 거래대금이 줄고 금융상품 판매도 줄어 지난달에 이어 이달에도 지점 대부분이 적자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현장에서 한파를 체감하는 증권사 영업직원들의 불안감은 더욱 크다.

한 증권사 영업지점 관계자는 "요즘 증권사 직원 수익이 대부분 작년의 절반 이상 줄었고, 지점 수익도 반 이하로 뚝 떨어진 곳이 많다보니 회사 입장에서는 구조조정 얘기를 안 할 수 없을 것"이라며 "고객들이 단기매매로 움직여야 증권사에 수익이 발생하는데, 주식에서 20~30% 정도 손해보고 자금이 묶여 있는 고객들이 태반이다보니 거래도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최근 대표이사가 변경된 증권사들은 지점을 축소하고 본부를 통합하는 등 구조조정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증권사의 경우 지점 인력을 30% 가량 조정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대표가 변경된 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표이사가 변경된 이유 중 하나가 강력한 구조조정을 단행하기 위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최근 실적이 부진한데다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어 사내 분위기가 상당히 좋지 않다"고 말했다.

합병을 앞둔 한화증권과 한화투자증권의 직원들은 예정된 점포 통폐합 수순을 앞두고 우려가 더 큰 상황이다.

한화증권 한 영업지점 관계자는 "한화증권은 브로커리지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반면, 한화투자증권은 금융상품과 자산관리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회사여서 성향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우려가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화증권 관계자는 "지점 통폐합은 검토될 수 있지만, 인적 구조조정에 대한 사안은 얘기된 바 없다"며 "양사의 강점을 갖고 가며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고, 합병 후를 대비해 자산관리시스템 통합도 완료된 상태"라고 밝혔다.

한경닷컴 정형석 기자, 김다운 기자 chs879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