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세게! 더, 더" 방대두 총감독의 호령이 낮은 체육관 천정을 타고 귀청을 때린다. 땀에 젖은 장정들이 춤추 듯 엉킨다. 메트와 맞닿은 일그러진 얼굴에는 비장함이 넘친다.

벌써 9명째. 홀로 남은 선수 입에서 격한 들 숨과 열기가 함께 흘러내린다. 한 선수가 10명의 선수를 1분씩 번갈아 상대해야 하는 극한의 훈련. '갈아막기' 다.

다부진 몸매에 홀로 남은 키작은 선수가 낯익다. 2004 아테네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정지현 선수다. 2008 북경올림픽 '노 메달' 수모 이후 효자종목 레슬링 부활에 선봉을 맡고 있는 그를 공릉동 태능선수촌에서 만났다.


O북경올림픽의 아쉬움을 뒤로하고 4년을 준비했는데, 중점적으로 보완한 것은.

지난 북경올림픽의 실패 원인은 체력이었다. 결정적인 순간에 힘을 몰아 써야 하기 때문에 체력적인 월등함이 없이는 그 고비를 넘길 수 없다.

실제로 너무 타이트한 훈련 스케쥴을 보면 숨이 막힐 정도였다. 하지만 올해가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집중하다 보면 어느덧 훈련에 몰입하게 된다. 좋게 말하면 무아지경이고 나쁘게 말하면 미친 사람처럼 말이다 (웃음).

이번이 사실상 마지막 올림픽 출전이기 때문에 물러 설 곳도 없다. 하늘을 감동시킨다는 심정으로 체력강화에 '올인' 했다.


O올림픽 준비 과정에서 예전에 비해 개인적으로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 있는지.

부족함을 스스로 챙긴다는 것 같다. 전통적 효자종목이던 레슬링은 북경올림픽 '노 메달' 수모를 겪으면서 적지 않은 충격에 빠져 있었던 게 사실이다.

때문에 나 자신에 대한 채찍질은 물론, 후배들까지도 챙겨야 하는 고참선수의 역할까지 더해져 중압감이 더 크다.

예전에 비해 가장 큰 변화를 꼽는다면 무엇이든 ‘스스로’ 감지하고 준비한다는 것이다. 훈련도 체력 관리도 마찬가지다.

실제로 체력적 보강을 위해 어머니께서 보약이나 영양식 등을 자주 해오신다. 잊지 말고 챙겨 먹으라는 말씀도 빼먹지 않으시는 분인데, 이번 올림픽 준비기간에는 내가 더 적극적으로 보약을 챙겨 먹었다.


O체력 강화에 집중하려면 훈련강도도 상당했을것 같은데, 준비기간 어떤 훈련이 가장 힘들었는지.

가장 힘든 훈련 웨이트와 ‘갈아박기’다. 특히 하루 1회씩 실시하는 ‘갈아박기’는 10명의 선수를 각각 1분씩, 쉬지 않고 상대 해야 한다. 정신이 혼미해 질 정도다.

매일 오후, 1회씩 돌아가며 실시하는데 극한에 상황에서도 집중력을 잃지 않고 방어와 공격기술을 정확히 구사하기 위한 훈련인 셈이다.

10명이 재각각 온 힘을 다해 공격기술을 퍼 붓기 때문에 단 10분 훈련만으로 사람의 한계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다(웃음)


O힘들고 지칠 때마다 정 선수를 다시 뛰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지.

16개월 된 첫 딸(서현) 사진을 보면 힘이 난다. 훈련을 마치고 녹초가 돼 숙소에 뻗어 있다가도 아내가 휴대폰으로 보내온 딸 사진을 보면 웃음이 절로 난다.

현재 아내가 둘째를 임신 중이다. 올림픽 금메달을 줄여 '올금'이라는 태명을 지어줬다. 사실 '올금'이란 태명의 시작은 첫째 딸을 임신했을 때부터다.

우연인지 몰라도 지난 아시안게임 당시에도 아내는 첫째 딸을 임신 중이었다.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줄여 '아금'이라는 태명을 지어줬는데 막상 대회에 출전해 은메달에 그치면서 '아금'란 태명도 '아은'이로 바뀌었다.

올해는 반드시 둘째 아이 '올금'이의 태명을 지키고 말겠다는 각오로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O런던올림픽이 30여일 앞으로 다가왔는데, 현재 컨디션은 어떤가.

아주 좋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부상이 없다는 것이다. 체력적 자신감이 생기니 체중 조절에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본다.
순간적인 파워를 중시하는 레슬링에서 중량 조절의 이상은 컨디션 문제로 이어지기 때문에 무엇보다 중요하다.

특히 최근 러시아 러시아, 이탈리아, 루마니아 등 유럽과 동구권 대회에 출전했는데 경기 감각을 회복하는데 큰 도움이 된 것 같다. 남은 기간 경기감각과 컨디션을 최대한 끌어올 릴 계획이다.


O강력한 라이벌이나 경계대상은 누구있으며, 이번 올림픽 전망 어떻게 보는지.

가장 경계해야 할 선수는 역시 이란의 하미드이다. 2010년 세계선수권에서 처음 만났는데 힘과 기술을 겸비한 엄청난 선수다.

사실 지금까지 레슬링하면서 '아~세다'라고 느꼈던 적은 이 선수가 처음이었다. 잠시만 방심해도 엄청난 파워를 바탕으로 순식간에 동점, 역전까지도 만들어 내곤 한다.

하미드와의 경기를 대비해 한 두 체급 높은 선수들과 꾸준히 훈련해왔다.

어차피 자신과의 싸움이기 때문에 내 자신만 잘 다스릴 수 있다면 원하는 색깔의 매달을 목에 걸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레스링 대표팀 많은 관심과 응원 부탁 드린다.

유정우 한경닷컴 기자 seeyo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