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개발(R&D)이 그냥 R&D에서 끝난다면 죽은 기술이나 다름없습니다. 시작부터 사업화를 목표로 삼아 수익을 낼 수 있어야만 진정한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습니다.”

우상모 나인디지트 사장(사진)이 틈날 때마다 임직원들에게 강조하는 메시지다. 기술 개발이 끝나는 시점과 동시에 회사의 신규 사업으로 연계해야만 연구 성과가 극대화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2000년 설립된 나인디지트는 갈륨 인듐 코발트 탄탈륨 등 화합물 반도체에 쓰이는 희유 금속을 정제해 고순도(99.99% 이상)로 만들어내는 기업이다. 나인디지트(99.9999999%)라는 회사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고순도 제품 개발에 대한 우 사장의 의지는 확고하다.

화합물 반도체는 실리콘반도체보다 소비전력이 적고 전자의 이동 속도가 활발해 고속 동작이 가능한 게 특징이다. 화합물 반도체에 쓰이는 금속은 고순도 특성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여러 단계의 정제 절차와 최첨단 분석기술이 필요하다. 국내 기업들의 사업 참여가 저조한 이유다. 서울대 금속공학과를 나온 우 사장은 석·박사 과정부터 희토류 및 희유 금속 연구를 진행했다. 1988년 LG금속에 입사, 10년간의 근무기간 동안 연구실장 등을 역임하며 희유 금속의 고순도 정제법 개발 과정에 직접 참여했다.

나인디지트는 현재 인듐 갈륨 등 희유 금속과 니켈 코발트 등 특수금속 제련은 물론 광석에서 희토류를 분리 정제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수입에 의존하던 고순도 제련 금속을 국내 시장에 공급하면서 회사도 급성장하고 있다. 2009년 114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583억원으로 5배 이상 많아졌다. 2010년 5월 이 회사의 기술 가치를 높이 산 포스코엠텍(포스코 계열사) 인수·합병했다.

우 사장은 “탄탈륨 등 정보기술(IT) 제품 소재로 활용도가 높아지는 희유 금속을 수입에만 의존한다면 주기적인 공급 장애와 가격 파동으로 국내 전자업계가 큰 피해를 볼 것”이라며 “희토류 및 희유 금속 등 전략 자원 수입 대체를 통해 국가 전체의 산업 경쟁력 강화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