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이 지분을 보유한 상장기업에 대해 사외이사 추천, 대표소송 제기 등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의무화하는 국민연금법 개정안이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 등 여야 의원 10명에 의해 지난 22일 발의됐다. 작년 4월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이 공적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를 주장한 지 1년여 만에 해묵은 논쟁을 재연한 것이다. 특히 이번엔 국민연금을 통해 ‘멋대로 경영하는 대기업’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를 공공연히 내비친다. 대선을 앞두고 국민연금을 소위 경제민주화의 수단으로 삼겠다는 시도로 봐야 할 것이다.

국민연금은 주지하다시피 전 국민 노후대비를 목적으로 1988년 도입된 강제 적립제도다. 작년 말까지 거둔 기금이 350조원에 이르고, 국내외 주식에 81조9000억원(23.2%)을 투자했다. 지분을 5% 넘게 보유한 상장사만도 170개다. 더구나 국민연금은 해마다 의결권 행사를 확대해, 주총안건 중 반대 비율이 지난해 7.0%(153건)에서 올 1분기엔 18.9%(201건)로 대폭 높아졌다. 안건 5건 중 1건이 반대다. 상장기업이 개정 상법에 맞춰 정관을 고치는 것도 반대하고, 무죄추정원칙에도 불구, 1심 판결만 나도 이사선임에 반대해 오히려 의결권 행사가 과도하다는 비판이 나올 정도다.

그럼에도 주주권 행사를 의무화하려는 것은 정치권이 민간기업의 고유영역인 경영에까지 간섭하려는 의도로밖에 볼 수 없다. 국민연금은 국민이 주인이지, 정치권이나 정부의 쌈짓돈이 아니다. 독립성도 미흡한 국민연금을 특정 정치 이념을 관철하는 수단으로 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국민연금은 운용수익 제고를 위한 수동적 주주권(의결권 행사)에 집중해야지,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는 능동적 주주권(주주제안, 사외이사 추천 등)은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국민연금은 2024년 1000조원을 넘고 2040년엔 1800조원으로 불어난다. 그 자체로 거대한 괴물이요 국민경제의 위험으로 변질되고 있다. 국민연금에 대한 통제와 권한 분산이 오히려 심각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은 국민연금을 얼마나 더 큰 괴물로 만들려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