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자동차 경주 포뮬러원(F1)에서 일곱 번이나 월드챔피언에 오른 미하엘 슈마허(42·메르세데스 GP). 2006년 은퇴를 선언한 슈마허는 3년 만에 서킷으로 돌아와 제바스티안 베텔과 같은 젊은 선수들과 실력을 겨루고 있다.


‘한국의 슈마허’로 불리는 김의수 CJ레이싱팀 선수 겸 감독도 비슷한 궤적을 그리며 활동을 하고 있다. 올해로 나이 40, 불혹의 레이서다. 다른 점이 있다면 슈마허가 최근 F1 7경기에서 5번 탈락하는 등 제 기량을 좀처럼 발휘하지 못하고 있는 반면 김 선수는 여전히 전성기 기량을 뽐내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1세대 드라이버인 김 선수는 서킷이 없던 시절부터 레이싱을 해왔다. 비포장도로(오프로드) 대회를 통해서다. 길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혈기 왕성한 때에는 강변북로 자유로 등을 휩쓸고 다녔고 철 없을 때는 차도 여러 대 부셨다고 말했다.

1993년 정식으로 데뷔한 그는 국내 최고 대회인 GT시리즈(슈퍼레이스의 전신)에서 2002년부터 3년 연속 우승컵을 거머쥐었다. GT시리즈는 헬로모바일 슈퍼레이스 챔피언십으로 이름을 바꿨다. 김 선수는 이 대회의 최고클래스인 슈퍼 6000(6200cc급, 타이어 자유) 부문에 출전 중이다. 2008년 슈퍼레이스 2위, 2009년 1위, 2010년 2위, 2011년 1위의 성적을 거뒀다. 올해도 현재까지 득점 선두권을 달리고 있다. 그에게 슬럼프란 없어 보인다.

김 선수는 “드라이빙 실력만큼은 내가 최고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저뿐만 아니라 레이싱 경기에 출전하는 모든 선수들이 똑같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재 F1 최고 실력자로 꼽히는 베텔과 붙어도 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했다. “물론 베텔이 슈퍼레이스에 출전한다는 가정하에서입니다. 저는 F1 머신을 몰아본 적이 없으니까요.(웃음)”

F1이 국내에 개최되면서 모터스포츠에 대한 관심은 늘었지만 슈퍼레이스를 비롯한 국내 대회는 아직 열기가 미지근하다. 김 선수는 “연중 열리는 국내 대회가 활성화돼야 모터스포츠도 발전하고 F1 드라이버도 나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의 애마는 아직 공개된 적이 없다. 김 선수는 지난 3월 재규어 XFR을 샀다. 중형세단 XF의 고성능 모델이다. 왜 이 차를 선택했을까. 그는 “BMW는 제가 타기엔 좀 어린 감이 있다”며 “타기 편안한 승차감을 가진 차이면서도 때에 따라 다이나믹한 주행성능을 느낄 수 있는 차를 선호하기 때문에 재규어를 골랐다”고 설명했다. 김 선수는 “특히 재규어의 디자인에 반했다”며 “실내 공간도 고급스럽고 흠잡을 데 없는 주행성능을 보여 시승 후 바로 구매를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다만 배기음이 억제돼 있어 이 부분을 개선할 예정이라고 한다.

김 선수에게 아직 은퇴라는 단어를 꺼내기에는 이른 감이 있다. 다만 나이 40에 들어서면서 그에겐 많은 변화가 생겼다. 우선 결혼 문제다. 싱글인 김 선수는 지금까지 결혼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내일을 알 수 없는 레이싱 선수이기 때문에 책임질 일은 하지 않는다”고 결심했기 때문이다. 김 선수는 “하지만 이제는 남들처럼 가정을 이루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며 “열심히 연애해서 내년에는 결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두 번째는 은퇴 후 계획. 김 선수의 꿈은 드라이버를 꿈꾸는 이들이 실력을 쌓을 수 있는 학교를 세우는 것이다. 그는 “평생 몸 담아온 모터스포츠와 관련된 인재를 길러내고 싶다”며 “하늘과 바다까지 아우르는 육·해·공 파일럿 양성기관을 세우는 게 최종 목표”라고 말했다. 그의 꿈도 레이싱처럼 여전히 달려나가고 있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