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당국이 정치 테마주(株)를 상대로 칼을 빼들자 또다른 이상 급등주가 출현하는 등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정치 테마주로 감독당국의 칼 끝이 겨눠지면서 해당 테마를 피한 '묻지마 급등주'가 속출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투자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20일 오후 1시13분 현재 일경산업개발은 전날 대비 10.13% 오른 609원에 거래되고 있다. 일경산업개발은 지난 이틀 동안 상한가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최근 한 달간 주가가 150원에서 이날 장중 최고가인 626원까지 317% 치솟았다.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는 이 종목을 투자주의환기종목으로 지정하고 투자자들의 주의를 당부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도 주가가 급등세를 이어가자 이 회사의 대표이사는 최근 장내에서 보유 지분을 매도했다.

이날 김형일 일경산업개발 대표이사 회장은 자사 주식 317만주(지분 5.20%)를 장내에서 처분해 보유 주식이 817만2698주(13.41%)로 줄었다고 금감원에 보고했다.

이 회사의 경우 코스닥 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정치 테마주와는 무관한 주식으로 알려져 있다. 대선 잠룡 주자들과 이 회사 경영진 등이 친인척 관계로 엮인 게 없다는 것이다.

일경산업개발 관계자는 최근 주가 급등의 이유로 "풍력 사업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것 같다"면서도 "기업 내용에 비해 주가가 단기간에 과도하게 급등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감독당국이 정치 테마주들을 상대로 강도 높은 시세 조종 관련 조사를 벌이기 시작하자 그 외 종목으로 일부 세력들의 매기가 옮겨붙은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투자주의환기종목으로 지정돼 있는 지엠피는 최근 한 달 동안 주가가 무려 782% 급등했다. 지난 5월초 221원이었던 주가가 전날 장중 최고치인 1950원까지 치솟은 것이다. 이에 따라 한국거래소는 전날 지엠피를 투자위험종목으로 지정하고 이날 거래를 정지시켰다.

또 다른 투자주의환기종목으로 지정돼 있는 에이앤씨바이오홀딩스는 이날까지 최근 9거래일 동안 110% 가량 가량 급등하고 있다.

이 밖에 이노셀 스템싸이언스 에듀언스 엠텍비젼 케이디씨 파루 등도 이상 급등 현상을 보이고 있다. 이들 이상 급등 종목은 현재 시장에서 거론되고 있는 정치 테마와는 무관한 주식들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 관계자는 "'풍선효과'에 대한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고 있다"며 "거래소와 금감원이 공조해 이상 급등주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일반 투자자들도 무턱대고 해당 종목을 추격 매수하게 되면 큰 손실을 입을 수 있는 만큼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전날 금융감독원은 테마주와 관련한 불공정거래 행위의 근절을 위해 지난 5월 테마주특별조사반을 상설조직으로 전환했고, 현재 주가가 급등한 다수의 정치 테마주에 대해 기획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한경닷컴 최성남 기자 sul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