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중앙은행(RBI)이 기준금리인 재할인 금리를 인하하지 않고 기존의 연 8.0%로 동결했다. 7%를 웃도는 인도의 인플레이션이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용평가사 피치는 인도의 신용등급 전망을 강등했다.

RBI는 18일 통화정책 회의를 열어 재할인 금리를 8.0%로 동결하고 시중 은행의 지급준비율도 종전과 같은 4.75%를 유지한다고 발표했다.

RBI는 동결 배경에 대해 “지난해부터 인도의 성장세가 둔화되는 동안 인플레이션이 성장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섰다”며 “특히 소매물가가 상승 추세에 있어 금리를 인하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RBI는 “앞으로 통화정책은 인플레이션 위험을 낮출 수 있는 대외적 변수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같은 조치는 이달 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경제 전문가들의 예상을 벗어난 것이다. 인도는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5.3%를 기록, 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4월 산업생산도 전년 대비 0.1% 증가해 전문가 예상치인 1.7%를 크게 밑돈 것으로 나타나면서 RBI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예상돼 왔다.

RBI는 실제 지난 4월17일 기준금리를 8.5%에서 8%로 낮추기도 했다.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인하한 것이다. 공격적인 부양 조치를 취하자 물가가 치솟았다. 인도에서 물가 판단 지표로 쓰이는 도매물가지수(WPI) 상승률은 올 4월과 5월 각각 7.23%, 7.55%를 기록했다. 최근 브릭스(BRICs) 국가 중 가장 높은 수준의 물가상승률이다. 루피화 약세도 물가 상승의 원인이다. 달러 대비 루피화 가치는 지난해 약 19% 떨어졌다.

코탁마힌드라은행의 인드라닐 판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RBI가 인플레이션 위험이 큰 시점에 신중하게 금리를 동결했다”며 “RBI가 성장을 되살리기 위해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고, 공은 정부로 넘어갔다”고 말했다.

국제 신용평가기관 피치는 금리 동결 조치가 발표된 직후 인도의 국가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강등했다. 이에 따라 인도의 국가신용등급 강등 가능성도 커졌다. 피치는 “재정적자 감축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향후 인도 경제의 성장잠재력이 악화될 수 있다”고 강등 이유를 밝혔다. 인도의 신용등급은 투자적격등급 가운데 가장 낮은 ‘BBB-’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