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약 주도 불구 국내서 비준 못받아…의회와 막판 대치

유럽 부채 위기 속에 아테네, 마드리드, 로마 거리로 나선 시위자들은 한결같이 독일을 원망한다.

유로존 국가들에 긴축을 강요해 경기 후퇴를 몰고 오는 주범 국가로 지목되고 있기 때문이다.

긴축과 정부지출 감축 없이는 부채 위기 타개에 필요한 금융지원이 없다며 유럽 신재정협약 체결을 주창했던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정작 자국에서는 이 협약의 비준을 받지 못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로존 부채위기 극복을 위한 유로안정화기구(ESM)가 다음달초 출범해야 하지만 독일은 아직 관련법을 의회에서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다고 18일 보도했다.

메르켈 총리는 의회에서 ESM 설립안과 신재정협약 비준의 연계 처리를 추진해왔으나 야당은 물론 연정파트너들 사이에서도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메르켈 총리는 비준 시한인 이달 29일 브뤼셀에서 정상회담을 서둘러 마치고 귀국, 의회에서 ESM 설립안과 신재정협약 비준을 처리해야 한다.

유럽연합(EU)은 28-29일 브뤼셀에서 정상회담을 열며, 이 자리에서 유로존을 휩쓸고 있는 부채 위기 해결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결국 메르켈 총리가 야권의 협조를 얻기 위해서는 EU 정상회담에서 재정위기 타개, 유럽성장전략, 금융거래세 도입 등과 관련해 독일의 입장을 관철시켜야 하는 형편이다.

FT는 독일이 신재정협약 재정을 주도해놓고, 이를 비준하지 않는 것은 국가적으로 매우 곤혹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사회당, 녹색당 등 야당들이 막판에는 이를 통과시킬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유럽국가간 추가적인 재정통합을 유발하는 신재정협약은 유로존 국가들의 긴축 및 정부부채 감축을 강제하는 동시에 각국의 예산주권을 유럽연합(EU)으로 일부 양도하는 결과도 초래한다.

이 때문에 신재정협약은 지방분권과 연방정부로부터의 예산 독립을 추구하는 주정부들로부터 거부감을 사고 있다.

신재정협약이 중앙집권으로 회귀하는 빌미가 될 것으로 우려하는 주정부들은 오는 21일 이 문제를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유럽단일통화 체제에 따라 나타나고 있는 유럽 재정통합 심화 문제는 독일을 비롯해 유로존 국가들 사이에 예산주권에 관해 근본적인 검토와 논의가 필요함을 보여주고 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