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은 단 두 문장뿐, 더 보탤 말도 뺄 말도 없다. 2008년 《엇박자 D》로 김유정문학상을 받은 김중혁 씨(41·사진)의 세 번째 소설집 《1F/B1-일층, 지하 일층》(문학동네)은 ‘속된 도시’와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도시는 자주 비정하고 도시인은 울면서 살아가지만, 이 젊은 작가는 그래서 이 삶들을 긍정한다.
“도시를 부정적으로 생각하지 않습니다. 소설집 제목에 슬래시가 들어가는데, 사람들을 의미해요. 사람들이 일층과 지하 일층 사이에서 살고 있다는 뜻이죠. 멀리서 보면 빌딩숲이 도시의 전부 같지만 가까이 다가가면 그 사이에 틈이 있고 골목이 있습니다. 그곳에서 살아가는 사람이 있고, 그렇기에 도시는 살 만한 곳이라고 생각해요.”
이 소설집에 실린 일곱 편의 작품은 도시 구석구석을 여행하는 기분과 타인의 삶을 내가 살고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게 만든다. 다른 삶에 이토록 공감하게 되는 건 비정한 도시가 강제하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 간 일종의 연대가 아닐까.
책 속 소설들은 다양하다. 첫 번째 작품 ‘C1+y=:[8]:’에서는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골목골목을 누비는 느낌이다. 제목은 ‘도시는 스케이트보드’라는 의미다. 왼쪽은 도시(city)를 뜻하고, 오른쪽은 스케이트보드를 형상화한 것이다. ‘바질’에서는 도시 속에 내버려진 자연이 가끔씩 얼마나 섬뜩한가를 그렸다. ‘식물의 역습’이라는 작가의 상상력에 경탄하게 된다. 표제작 ‘1F/B1’은 일층과 지하 일층 사이에서 살아가는 ‘슬래시’ 같은 삶들을 담았다. 위트로 포장돼 있지만 중간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이 씁쓸하다.
그는 “‘도시는 이렇다’는 정의를 이야기하기보다는 질문을 하고 싶었다”고 했다. 결론을 선뜻 내릴 수 없는 도시의 수많은 삶에 대한 질문이다.
“장편은 어떤 세계를 완벽히 축조해야 하지만 단편은 질문을 하는 장르라고 생각해요. 문득 질문이 떠올랐을 때 묻는 겁니다. 이번 질문은 도시인 거죠. 이 책 속 질문을 받아놓은 독자들이 길을 걷다가 문득 답을 생각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작가의 말 속 문장은 두 개지만, 그 옆에는 그가 그린 도시 그림이 있다. “이 책상 위 도시를 상상하며 썼습니다. 저도 도시에서, 도시와 함께 살아가는 것이죠.”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