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도 직전까지 몰렸던 공기청정기 업체 에어비타(사장 이길순·48)가 오뚝이처럼 재기에 성공했다. 유럽발 글로벌 경제위기로 잔뜩 움츠러들어 있는 중소기업계에 훈풍이 되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말 폐업 위기까지 몰렸다가 최근 홈쇼핑과 수출전선에서 ‘대박’이 터지며 기사회생했다.

2002년 창업한 에어비타가 어려워진 것은 지난해 중순이었다. 일부 대기업에 특판 제품으로 공급한 비매품들이 온라인상에서 원가에 가깝게 덤핑 판매되면서 기존 유통망이 무너진 것. 대형마트나 온라인 유통업체들이 온라인서 거래되는 덤핑가격 이상으로 받지 않겠다며 거래를 끊었다. 주문이 끊기자 인천 남동공단 내 공장은 3개월 넘게 문을 닫았고, 직원의 절반 가까이가 나갔다. 연초 100억원 목표였던 매출은 겨우 30억원으로 마감했다.

주변에서 ‘에어비타는 이제 끝났다’고 손가락질하는 순간, 이 사장은 다시 팔을 걷어붙였다. “맨손으로 10년을 키워 온 회사를 이대로 끝낼 수 없다”는 오기가 발동했다.

이 사장은 우선 덤핑 판매되고 있던 ‘카비타 네오(차 내부용 소형 공기청정기)’ 제품을 ‘리모델링(사진)’했다. 이름을 ‘카비타ⅡS’로 바꾸고, 분홍색과 빨강색이었던 겉모습을 흰색과 오렌지색으로 갈아입혔다. 이름과 색깔만 바꿨을 뿐 가격까지 똑같은 제품이었다.

이 사장은 “신제품이 필요했지만 시간이 없었다”며 “살아남기 위해 취한 최선의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화장발’이 먹힌 덕분인지 리모델링 제품의 광고가 나가기 시작하자 주문이 다시 조금씩 들어왔다. 일단 ‘아직 에어비타가 문을 닫지 않았구나’라는 소문을 내는 데 성공한 것이다.

결정적인 재기의 발판은 중소기업 전문 홈쇼핑 채널인 ‘홈&쇼핑’에서였다. 지난 1월 개국한 홈&쇼핑은 판매 수수료가 다른 채널(40%)보다 6~7%포인트 싸다. 이 사장은 “뭐든지 하자는 심정으로 2007년 이후 한 번도 하지 않았던 홈쇼핑 광고를 시작했는데 여기서 대박이 났다”고 말했다. 1~2월엔 한 달 평균 2000~3000대 팔리던 제품이 3월에 1만대가 팔려나갔다.

이뿐이 아니다. 겹경사가 터졌다. 지난주 아랍에미리트(UAE)의 한 유통업체와 60만대(약 240억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맺었다. 미국 시장에서도 서광이 비췄다.

이 사장이 지난 4월 중소기업청 주관의 ‘중기 미국 시장 개척단’ 일원으로 출장을 갔다가 미국 최대 홈쇼핑 채널 QVC 관계자와 만날 기회를 가졌고, 얘기가 잘돼 오는 10월 첫 방송을 목표로 협상이 진행되고 있는 것. 그는 “월마트 등 대형마트 입점이 9월께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가 기사회생하면서 에어비타의 인천 남동공장에선 즐거운 비명이 터지고 있다. 이 사장은 최근 생산직 직원을 20명에서 40명으로 늘렸다. 하루 3000대 생산으로는 주문 물량을 감당할 수 없어서다. 공장도 인근으로 옮겨 증축할 예정이다. 하루 1만대 생산라인을 만들어야 앞으로 주문 물량을 댈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 사장은 “죽을 각오로 달려드니 살 길이 생겼다”며 “앞으로는 특판처럼 매출을 한 번에 늘릴 수 있는 쉬운 길을 찾기보다 발로, 땀으로 시장을 한발 한발 열어가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최소 12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박수진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