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2차 총선이 코 앞으로 다가오면서 투자자들의 '눈치보기'도 심화되고 있다. 그리스 선거법상 총선 2주전부터 여론조사를 공개하고 있어 결과를 섣불리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15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증시가 상상할 수 있는 최상의 시나리오는 중도우파 성향의 신민당과 중도좌파 사회당이 연합하는 경우다. 반면 급진좌파연합(시리자) 주도의 좌파연합이 구성될 경우 불확실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최악은 정부구성에 실패해 3차 총선이 필요한 경우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런 최악의 상황은 닥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다만 최상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된다해도 효과는 단기에 그칠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스 총선에 '베팅'할 필요는 없다는 조언이다.

유주형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그리스 국민이 총선 직전 발생했던 '조건 없는 스페인 구제금융'을 어떻게 받아들였는지가 최종결과를 좌우할 중요한 변수"라며 "현재로서는 스페인의 구제금융 이후 시리자가 재협상의 명분을 얻었다는 시각이 우세해 긴장의 끈을 놓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조병현 동양증권 연구원은 "시리자는 전면 재정협약에 대해 전면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에 EU 측과의 마찰 강도가 높아지고 장기화될 것"이라며 "그리스의 국채만기가 6, 7, 8월에 상당 부분 몰려있는 상황이라 증시에 변동성을 확대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시리자도 유로존을 탈퇴하려는 의사를 갖고 있지는 않기 때문에 극단적인 '그리시트(Grexit·그리스의 유로존 이탈)' 가능성은 제한적이며, 코스피지수가 기존 저점을 하향 돌파할 만큼 중대한 위기로 번지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현재로서는 신민당과 사회당의 연합정부 가능성이 가장 높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김수영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이 경우 금융시장에 가장 긍정적일 것"이라며 "보다 더 친(親) 유럽연합(EU)적인 면모가 강한 사회당이 연정 일원으로 참여하면 EU쪽에서도 더 호의적인 반응을 보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초점] 그리스 총선 시나리오별 대응전략은?
송창성 한양증권 연구원은 그러나 "스페인 구제금융 지급으로 신민당의 입장도 2차 구제금융과 관련한 긴축프로그램 재협상으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 감지되고 있다"며 "따라서 선거 이후 구제금융 재협상 범위, 구제금융 지급주체의 입장정리 등이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스페인과 이탈리아 변수가 아직 남아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선거 이후에도 악재와 유로존 정책대응이란 호재가 번갈아 작용할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얘기다.

조 연구원은 "그리스 총선의 긍정적인 결과가 가져올 상승 견인력은 단기적인 것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며 "굳이 현 상황에서 해당 이벤트에 대한 적극적인 베팅을 할 필요는 없다"고 조언했다.

배성영 현대증권 연구원은 "현금 비중이 높은 투자자라면 그리스 총선 결과를 확인한 후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다만 주식 비중이 높은 투자자라면 지나친 비관론은 경계하고 서둘러 주식을 매도할 필요는 없다"고 권고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