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구제금융으로 낙관론이 팽배하던 증시에 급격히 회의론이 번졌다. '스페인 효과'가 단 하루에 그친 것은 그리스 재총선을 앞둔 불안감 때문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안도랠리를 점치던 목소리도 사라지고 오는 17일 그리스 총선까지 변동성 높은 장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12일 오전 10시 47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 대비 17.13포인트(0.92%) 떨어진 1849.91을 기록 중이다. 스페인 구제금융의 실질적인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커지면서 전날 상승분을 반납하고 있다.

그리스 재총선이라는 '본게임'을 앞두고 주요 수급주체들도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나흘 연속 '사자'를 외치던 외국인은 장중 150억원 순매도로 돌아섰다. 장 초반 100억원 가까이 팔아치우던 기관은 다시 146억원 순매수로 전환, 입장을 번복하고 있다.

이상재 현대증권 이코노미스트는 "스페인의 구제금융 신청 효과가 일일천하로 마무리되는 양상"이라며 "스페인 구제금융이 본질적 위기 해결책이 아닌 미봉책이라는 평가와 시장의 구제금융 방안을 외면한데 따른 인과응보"라고 진단했다.

스페인 구제금융은 유정재정안정기금(EFSF) 또는 유로안정화기구(ESM)를 통해 이뤄지며, 스페인 정부기구인 은행구조 조정펀드(FROB)가 수령해 민간 부실은행으로 지원되는 형식을 취할 것으로 발표됐다. 이는 스페인의 재정긴축 부담을 수반하지 않아 이미 구제금융을 받은 포르투갈, 아일랜드, 그리스와의 형평성 논란이 불거졌다.

또 7월초 유로안정화기구(ESM) 자본금 납입을 위한 독일 의회의 비준이라는 불확실성 변수가 남아있다.

송창성 한양증권 연구원은 "스페인 구제금융을 바라보는 시각이 전날 긍정론에서 이날 회의론으로 급격한 쏠림현상을 나타났다"며 "이는 총선 결과에 따라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리스크가 다시 부각될 수 있다는 근본적인 불안감이 깔려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코스피지수 단기 목표치로 1900선을 바라보던 증시 전문가들도 한 발 물러서고 있다.

임종필 현대증권 연구원은 "전날까지만 해도 안도랠리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었지만 결국 그리스 문제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급진좌파연합(시리자)이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으므로 신중한 대응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임수균 삼성증권 연구원은 "코스피지수가 1800선에서 바닥을 확인한 점은 긍정적이나 그리스 총선까지는 '눈치보기'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다만 그리스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지 않는다면 1900선까지 반등 탄력이 이뤄질 것으로 보는게 맞다"고 전했다.

임종필 연구원은 다만 "증시 혼란에도 이익 모멘텀(상승 동력)이 여전히 견고한 IT(정보기술)와 자동차, 그리고 중국 금리인하 수혜업종인 철강과 화학 중심의 종목 대응은 유효하다"고 조언했다.

한경닷컴 김효진 기자 jin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