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형 붕괴' 초읽기…고용시장 '충격' 우려
1960년대 이후 국민경제의 한 축을 지켜온 건설산업이 65년 역사상 최악의 위기에 직면했다. 2008년 말 미국발 금융위기로 본격화된 주택시장 침체가 5년째 지속되면서 건설사들의 경영상태가 급격히 악화되고 있다. 건설업계 순위 100위권 이내 35개사가 ‘경영부실(법정관리·워크아웃·대주단 협약) 상태’에 빠졌다. 그나마 숨통을 터주던 공공공사 물량마저 2010년부터 크게 줄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건설투자(공공·민간공사)가 차지하는 비중도 2007년 17.2%에서 지난해 13.5%로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건설산업의 장기불황은 급격한 일자리 감소와 가계소득 축소로 이어져 국민경제 성장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지적했다. 건설산업 종사자(연관산업 포함)는 현재 236만명(4인 가족 기준 944만명)으로 국민 5명 중 1명은 직계가족이 건설산업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돼 있다.
전문가들은 또 ‘일본형 건설산업 불황’이 한국에서도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한다. 일본에서는 1993년부터 부동산 거품이 꺼지며 정부·민간의 건설투자가 급감했다. 2010년 기준으로 건설투자액도 최고점 대비 52% 급감했다. 취업자 수는 24.5%, 건설사 숫자는 15.3% 줄었다. 노무라종합연구소 서울지점의 최자령 팀장은 “인구 감소, 경제성장 둔화 등 건설산업 여건 변화로 산업 규모 자체가 줄었다”며 “20년 전의 일본 여건과 빼닮은 한국 건설산업도 비슷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우리나라도 최근 5년 새 건설업계 매출 구성의 3대축(공공공사, 주택·상업 건축, 해외 건설) 가운데 공공공사 주택건설 등 2개 축이 무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공공공사 물량은 2009년 58조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2010년 38조원, 2011년 36조원 등으로 급감했다. 민간공사 감소세도 당분간 회복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 위축, 인구 감소, 신규주택 공급과잉, 1000조원으로 추정되는 가계부채 등 악재가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 58조원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금은 건설업계와 금융권 경영까지 위협하고 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