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시간짜리 '스페인 약발'
스페인 은행에 대한 1000억유로 규모 구제금융 효과가 채 하루도 가지 못했다. “결국 스페인 은행이 아니라 스페인 정부가 전면적으로 구제금융을 받을 것”이란 우려가 커지며 스페인 국채 금리는 사상 최고치로 치솟으며 위험수위인 연 7%대에 근접했다. 이런 상황에서 신용평가업체 피치는 스페인 1, 2위 은행인 산탄데르와 BBVA 등 20개 은행의 신용등급을 강등했다. 독일 대형 저축은행 베스트LB의 ‘공중분해’ 가능성도 가시화됐다. 위기가 확산되자 독일마저 동반 추락할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5시간도 못 간 시간벌기

5시간짜리 '스페인 약발'
지난 주말 스페인 정부의 은행권 구제금융 결정의 ‘약발’은 유럽에서 5시간도 지속되지 못했다. 구제금융 발표 후 첫 개장일인 11일(현지시간) 영국, 스페인, 이탈리아 증시는 일제히 하락했다. 스페인 10년물 국채 금리는 이날 연 6.50%에 근접한 데 이어 12일에는 장중 6.81%까지 급등,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탈리아 10년물 국채 금리도 12일 0.12%포인트 오른 연 6.16%까지 상승해 위기감을 키웠다. 파이낸셜타임스는 “결국 스페인이 전면적 구제금융을 받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낙관을 압도했다”고 분석했다.

투자자들은 스페인 국가부채가 증가하는 것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높은 실업률, 경기침체 속에 국가부채가 급증하면 스페인 경제는 향후 몇 년간 출구를 찾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스페인이 1000억유로 구제금융을 받게 되면 당장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81%에서 90%로 급등한다. 부채가 증가하면 정부의 자금조달 부담이 더 커져 경기 회복을 더 어렵게 만든다. 이에 따라 결국 스페인 정부에 대한 전면적인 구제금융이 불가피할 것이란 비관론이 힘을 얻었다.

여기에 1000억유로 구제금융의 주체가 유로안정화기구(ESM)인지 유럽재정안정기금(EFSF)인지도 확정되지 않은 불확실성이 불안감을 더 키웠다. 또 ESM이 대출 주체가 되면 채무조정 상황이 발생할 경우 다른 민간채권자보다 먼저 변제받는다는 점도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제2의 그리스’들 ‘독일 침몰’ 이끌 것

유로존(유로화 사용 17개국) 재정위기 전염 공포는 결국 독일마저 침몰시킬 것이란 우려로 이어지고 있다. 유로화 출범 주역이었던 오트마 이싱 전 유럽중앙은행(ECB)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독일 일간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 기고를 통해 “스페인도 쓰러진 만큼 더 많은 그리스, 아일랜드, 포르투갈이 양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그는 “결국엔 독일마저 막대한 구제금융 부담으로 위기에 휩쓸릴 위험에 처했다”고 경고했다. 이싱은 또 “앞으로 진정한 대마(大馬)인 이탈리아가 쓰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 독일은 유로본드를 수용할 가능성이 크다”며 “유로본드를 발행하면 독일은 최고 신용등급을 상실하고, 유럽 구제 부담으로 침몰의 길로 가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따라 신속하고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유로존은 지금까지 시간을 허비해왔다”며 “대책이 3개월 안에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제 마누엘 바호주 유럽연합(EU)집행위원장도 “EU 27개국 대형 은행들을 단일 감독기구가 통제하는 은행동맹을 당장 내년부터 시행하자”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