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탄소배출권거래제(ETS)는 항공사들이 규제를 받지 않는 새로운 항로를 선택하게 만들어 탄소배출을 오히려 늘릴 수 있다.”

카티 이하마키 핀에어 친환경담당 부사장(사진)은 지난 6일 핀란드 헬싱키 현대미술관에서 열린 핀에어 연례 콘퍼런스에서 기자와 만나 “항공업계는 올해 도입된 유럽연합(EU)의 ETS에 대해 한목소리로 비판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하마키 부사장은 “핀에어는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방법으로서의 ETS는 지지한다”면서도 “항공업과 같은 글로벌산업은 특정 지역이 아닌 세계적으로 합의된 하나의 제도가 적용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세계 각국 정부들이 모여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와 함께 공정하게 합의된 ETS를 개발하는 게 좋은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제안했다.

핀란드 국영 항공사인 핀에어는 친환경 경영분야의 선두 항공사로 평가받는다. 1990년대 초 환경친화개발부서를 설립하고 1997년 업계 최초로 환경 보고서를 발행하는 등 20여년간 탄소배출 절감을 위해 노력해왔다.

이하마키 부사장은 “연내 인천 등 아시아 국가와 헬싱키를 잇는 장거리 구간에 바이오연료를 사용하는 항공기를 띄울 계획”이라고 소개했다. 핀에어는 2008년 6월 한국 취항을 시작한 이후 인천~헬싱키 구간을 매일 운항하고 있다. 그는 “다만 바이오연료는 기존 항공유 가격의 3배에 이르기 때문에 비용문제 해결이 가장 시급하다”고 말했다.

핀에어는 2009년을 기준으로 2017년까지 좌석당 탄소배출량 24%를 추가 감축하는 게 목표다. 그는 “올 들어 화물 컨테이너와 좌석을 가벼운 소재로 교체하는 등 항공기 무게를 줄이고 조종사들의 교육 과정에도 환경 친화적인 비행을 위한 특별코스를 포함시키고 있다”며 “최신 기종 운영, 연속강하접근(CDA) 착륙방법, 엔진 청소 외에 기내 담요를 재활용한 새 유니폼을 도입하는 등 작은 부분까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환경 규제가 빠르게 강화되고 있는 만큼 5~10년후면 친환경연료가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헬싱키=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