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장에 설치된 철길모양의 OHT(웨이퍼를 옮기는 장치)가 웨이퍼를 담은 투명한 상자(풉)를 쉴새없이 옮겼다. 라인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많지 않았다. 가끔 작동이 멈춘 공정 장비에 빨간불이 들어오면 방진복을 입은 엔지니어들이 달려가 재빨리 조치할 뿐 대부분 자동으로 작업이 이뤄졌다.

지난 7일 찾은 SK하이닉스 중국 우시공장은 활력이 넘쳤다. 월 14만개 이상의 D램 웨이퍼를 생산하는 C2라인(우시공장 12인치 D램 라인)은 100% 가동되고 있었다. 이 공장은 전 세계에서 쓰이는 D램의 10% 이상, 중국 내 D램 사용량의 절반 가까이를 생산한다.

○30나노 본격 양산

SK하이닉스는 지난해 2분기부터 30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m) 공정을 적용한 D램을 양산하고 있다. 40나노에서 30나노로 공정이 전환되면서 생산성을 60% 이상 높였다. 한 장의 웨이퍼에서 나오는 칩의 수가 늘어나고 그만큼 매출이 증가했다.

이재우 SK하이닉스 중국법인장은 “품질이 좋고 생산성도 높아 고객들에게 인기가 높다”며 “지난 30년 동안 반도체 산업에 있으면서 생산한 제품 중 단연 최고의 효자제품”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 제품 덕에 지난 4개월을 태평성대로 지냈다”며 “올해 SK하이닉스의 도약을 기대해도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새 주인으로 SK를 맞은 뒤 회사 분위기도 밝아졌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그동안 ‘불굴의 도전’ ‘위기 극복’이 강조됐다면 합병 후엔 희망, 행복을 꿈꾸고 있다”고 전했다. 자발적 경쟁도 뜨거워졌다. 확산, 포토, 에칭 등 주요 5단계 공정팀별로 수율(불량품을 뺀 정상 제품 비율)경쟁을 벌인다. 각 팀의 수율과 1위팀을 표시한 게시판이 엘리베이터와 복도에서 눈에 띄었다.

○“중국 시장 성장 가능성 높아”

유럽의 경제침체에도 중국 법인이 느끼는 위기감은 크지 않았다. 이 법인장은 지난 5일 쑤저우에서 열린 당서기 주관의 외자기업발전정책위에 참석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중국 정부가 수출입물량이 줄고 성장속도가 떨어졌다고 발표했지만 여전히 8% 성장은 보장한다고 설명했다”며 “유럽과 중국의 연관성이 커 유럽사태를 주시하고 있지만 매출 감소가 거의 없어 위기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반도체 산업을 키우기 위해 국가 차원에서 밀어붙이고 있다. 이미 ‘국가 전략적 신흥산업 발전 12차5개년 계획’에서 집적회로(IC) 산업을 발전시키겠다고 선언했다. 우시 지방정부는 2015년까지 우시를 중국의 반도체 클러스터로 만들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기업 지원에 힘쏟고 있다.

우시로 향하는 외국 기업들도 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샤프를 비롯한 일본계 기업들이 투자를 늘리고 있다”며 “SK하이닉스도 중장기적 발전전략을 수립하면서 우시 공장 증설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는 2005년 공장 착공 당시 C2라인 규모의 신규 라인을 지을 수 있는 부지를 함께 사놨다.

우시=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