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고섬이 2년 연속 감사의견 '거절'을 받아 상장폐지될 가능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의 피해도 가시화될 전망이다. 지난 3월부터 거래가 정지된 상태였던 중국고섬이 상폐되면, 국내에 상장된 중국 기업 중 첫 상폐 기업이 된다.

10일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중국고섬은 싱가포르 감사인인 언스트앤영 엘엘피(EY Singapore)으로부터 2년 연속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다. 중국고섬은 은행 예치금 및 현금의 회계 기록이 부실하다고 지적받았다.

중국 기업들은 2007년 8월 3노드디지탈을 시작으로 성장성에서 높은 점수를 받으며 속속 국내 증시에 입성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부실한 회계, 사업 부진 등으로 '차이나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중국 기업들의 상장폐지 위험도는 점차 높아지고 있다.

현재 한국거래소에 상장된 중국 기업들 중 상장폐지 가능성이 높은 곳은 중국고섬, 연합과기, 성융광전투자다. 세 곳 모두 지난해 재무제표에 대해 감사의견 '거절'을 받았다.

다만 상장위원회 심의 결과, 연합과기는 오는 7월31일까지, 성융광전투자는 8월15일까지 개선기간을 부여받았다. 개선기간 중 주권 매매는 정지된다. 개선기간 종료 후 상장위원회의 심의를 재차 거쳐 상폐 여부가 결정된다.

반면 중국고섬은 지난 3월 개선기간이 끝나 이미 한 차례 상장위원회가 개최됐다. 거래소는 그러나 위원회가 상폐 여부를 결정하지 못해 앞으로 심의를 속개할 예정이라고 지난 4월 밝혔다. 그러나 이후 두달 간 한국거래소는 아무런 공식적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중국고섬은 싱가포르시장에서 1차 상장된 뒤 한국시장에서 2차 상장돼, 한국에서만 상폐된다면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며 "상폐 결정에 싱가포르거래소의 조치를 참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국고섬의 상장폐지 가능성이 짙어지자 1년3개월간 넘게 주권 거래 정지를 견뎌온 투자자들은 격분하고 있다. 중국고섬은 부실 회계 문제가 불거지자 지난해 3월, 싱가포르거래소에 거래정지를 자발적으로 신청해 2차 상장된 한국거래소에서도 매매가 함께 중단됐다. 한국 시장에서는 상장된 지 2개월만에 거래가 정지된 셈이다. 중국고섬은 싱가포르거래소에 오는 7월25일까지 거래 정지 연장을 신청한 상태다.

증권 포털 사이트는 팍스넷에서는 중국고섬의 상장주간사와 상장을 허가한 한국거래소를 비난하는 글들이 이어지고 있다. 누리꾼들은 "이런 종목은 상장도 시키면 안됐다", "상장주간사는 중국고섬 주식을 전부 현재가로 매수해라", "상장주간사와 거래소를 고발하고 싶다"는 게시글을 올렸다.

한경닷컴 정인지 기자 injee@hankyung.com